서울역서 혈육과 생이별 3살 아이, 50년 만에 부산서 가족 재회
부산 중구 거주 53세 강 모 씨
혼잡한 기차역서 가족 잃어버려
보육시설서 자란 뒤 핏줄 찾기
숨진 어머니 ‘유전자 일치’ 판정
생일 하루 전 누나와 극적 상봉
11일 어린 시절 가족을 잃어버린 강 모 씨가 50년 만에 누나와 재회했다. 부산중부경찰서 제공.
어린 시절 서울역에서 가족을 잃어버린 한 남성이 반세기 만에 극적으로 혈육을 되찾아 부산에서 만난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11일 오후 3살 때 가족을 잃어버린 강 모(53·부산 중구) 씨가 누나(54·서울 양천구)와 헤어진 지 50년 만에 중부경찰서 앞에서 재회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975년 3월, 3살이었던 강 씨는 아버지와 함께 서울역에서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강 씨의 어머니는 서울에 먼저 터를 잡아 살고 있었고, 강 씨와 강 씨의 가족은 이날 서울역에서 만나 앞으로 함께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파로 혼잡하던 서울역에서 강 씨는 아버지를 잃어버렸고 그대로 고아가 됐다. 이후 강 씨는 부산 서구의 한 보육시설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성년이 될 때까지 지냈다.
성인이 되고 부산에서 직장에 다니며 생활하던 강 씨는 올해 2월 잃어버린 가족을 찾고 싶어 중부경찰서의 문을 두드렸다. 본인의 본명과 생년월일도 모르는 강 씨는 경찰의 권유로 유전자를 채취했고, 경찰은 실종 아동을 찾는 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에 유전자 검사를 요청해 가족 찾기에 나섰다.
지난달 강 씨는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강 씨와 일치하는 유전자를 찾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바로 강 씨의 어머니였다. 강 씨의 어머니는 2023년 1월 86세의 나이로 사망했지만, 생전에 딸(강 씨의 누나)의 권유로 미리 유전자를 채취해 기관에 등록해뒀다. 경찰은 강 씨 어머니의 가족 관계와 연락처 등을 토대로 탐문 수사를 펼쳤고, 마침내 서울에 살고 있는 누나와 연락이 닿았다. 누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영영 동생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에 어머니에게 유전자 채취를 권유했다. 누나는 이전부터 잃어버린 동생을 찾기 위해 팔방으로 수소문했고, 헤어진 가족을 찾는 방송에도 출연하기도 했다.
11일 오후 2시 부산중부경찰서 앞에서 50년 만에 이뤄지는 두 사람의 상봉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누나가 강 씨를 만나기 위해 부산에 왔다. 이날은 강 씨의 생일 하루 전날이기도 하다. 중부경찰서 심태환 서장은 “앞으로도 유전자 분석을 적극 활용해 장기 실종자 찾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