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매 현상까지… 미 국채시장 흔들리자 ‘위기감’
트럼프, 상호 관세 90일 유예 배경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중국을 제외한 70여 개국을 대상으로 상호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키로 한 배경은 무엇일까.
미 행정부가 상호 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후, 미 국채 시장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였고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이 몹시 불안해 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분석된다.
먼저 4월 들어 상호 관세에 대한 불안감이 번지자 미 채권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특히 9일 오전 0시 1분 상호 관세를 발효시키고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서자 미 국채를 내다파는 현상이 포착됐다. 글로벌 채권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9일 낮 12시 연 4.44%로, 하루 전 뉴욕 증시 마감 직후보다 0.16%포인트가 올랐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앞서 아시아 시장 개장 시간대에는 4.5%를 웃돌기도 했다. 만기가 훨씬 긴 미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4.89%까지 상승했으며 30년물 수익률은 아시아 시장에서 한때 5%를 웃돌기도 했다.
채권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하락한 것을 말한다. 즉 금리를 많이 줘야 투자자들이 채권을 사들인다는 것인데, 30년물을 연 금리 5%나 줘야 할 만큼 시장에서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다. 특히 주식도 아니고 채권 가격이 며칠새 이처럼 급등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30년물 수익률은 3거래일간 0.50%포인트 급등했는데 이는 1982년 이후 가장 빠른 증가 속도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그러다 상호 관세 유예 발표 후 이뤄진 390억 달러 미 재무부 10년물 국채 입찰에서는 다시 투자자들 수요가 나오면서 채권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지난 7일 이후 이어진 채권시장 투매도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이 상호 관세를 유예한 이유에 대해 묻자 “(사람들이) 약간 겁을 먹었다”고 답했다. 그는 국채 시장의 반응 때문에 관세를 유예했냐는 질문에 “난 국채 시장을 보고 있었다. 국채 시장은 매우 까다롭다”면서 “내가 어젯밤에 보니까 사람들이 좀 불안해하더라”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