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도 형제복지원 손해배상 책임” 첫 항소심 판단 나왔다
서울고법, 피해자 12명 일부 승소
시 “형식상 지자체 불과” 주장 배제
1심 위자료 인정하거나 일부 증액
나머지 28건 소송도 영향 미칠 듯
이미지투데이
부산시도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이 있다는 첫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지난달 대법원의 국가 배상 책임 인정에 이어 지자체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20여 건의 공동피고 소송 또한 양측의 책임이 모두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9-1부(황승태 문주형 손철우 고법판사)는 지난 2일 형제복지원 피해자와 유족 12명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와 부산시 모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1심 판결과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부산시는 항소하며 사건 당시 부산시가 형식상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 불과했고 사실상 국가의 하부 기관이었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훈령이 발령·집행될 당시 피고가 지자체로서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하지만 당시 부산시는 여전히 지자체로서 존속했고, 법인격 자체를 상실하고 국가의 하부 기관이 됐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또 이런 사정은 국가와 부산시가 배상액에 대한 부담 비율을 정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내용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2심 재판부는 1심이 정한 위자료 액수를 그대로 인정하거나, 일부 원고에 대해선 증액했다. 피해자들은 수용 기간과 수용 경위, 육체적 피해에 따른 후유증의 정도 등에 따라 각각 최소 4000만 원에서 8억 원 상당의 위자료를 인정받았다.
이번 판결은 지자체의 배상 책임을 확인한 첫 항소심 판단이다. 지난달 27일 대법원에서 국가의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처음으로 확정한 데 이어, 부산시가 피고로 포함된 소송에서도 1심에 이어 배상 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현재 국가와 부산시가 공동 피고로 되어 있는 형제복지원 손해배상 소송은 28건으로 소가는 842억 원에 달한다. 이어지는 재판에서도 국가와 지자체 모두 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배상액에 대한 구체적인 분담률은 양측의 협의를 통해 정해질 전망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국가와 보조를 맞춰 상고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배상액 분담 비율에 대해서는 법무부와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 20일 형제육아원 설립 때부터 1992년 8월 20일 정신요양원이 폐쇄되기까지 최소 657명의 수용자가 목숨을 잃고 각종 인권 침해 피해를 당한 사건이다. 1975년 발령된 내무부 훈령 410호를 근거로 경찰 등 공권력은 본격적인 부랑인 단속에 나섰다. 부산시는 ‘부산시 재생원 설치 조례’를 통해 1975년 형제복지원과 부랑인 선도 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1986년 12월까지 매년 계약 기간을 갱신했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으로 판단했다.
또 수용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하며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복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