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 구도’냐 ‘양자 대결’이냐…국민의힘 대선 경선 룰 놓고 격돌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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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경선 룰 확정 앞두고 당내 갈등 고조
컷오프·결선투표 놓고 유불리 셈법 고심
홍준표 “4자 경선” vs 유승민·안철수 “민심 확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의에서 황우여 선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의에서 황우여 선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0명 이상의 대선 경선 후보가 거론되고 있는 국민의힘이 차기 대선 경선 준비에 본격 착수하면서 ‘게임의 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 선관위가 결선 투표 도입 여부와 컷오프 방식 등을 놓고 논의를 시작하자, 주자들 간 셈법도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경선 룰 하나하나가 곧 본선 진출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만큼, 각 주자의 반응에도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된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9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고 대선 경선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선관위는 오는 14일부터 15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받은 뒤 서류심사를 거쳐 16일 1차 예비경선 진출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류심사에서는 마약, 성범죄 등이 부적격 기준으로 적용된다. 선관위는 다음 달 3일까지 모든 경선 절차를 마치고 최종 후보자를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경선 방식은 10일 열리는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선관위는 현재 1·2차 예비경선(컷오프)을 거쳐 본경선 진출자 2인을 추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1차 컷오프는 100% 일반 국민 여론조사로, 2차 컷오프는 당심 50%, 민심 50% 비율로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본경선에서는 ‘당심 50%, 민심 50%’ 방식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결선 투표 도입 여부도 쟁점이다. 황우여 선관위원장은 “결선 투표 가능성도 열어두고 논의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이 대선 경선에서 결선 투표를 고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대선 경선에서는 2차례 예비경선을 통해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한 뒤, 본경선 1위 득표자가 최종 후보가 됐다. 이번에는 결선 투표 도입을 통해 본선까지 ‘컨벤션 효과’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적 고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선 방식에 따라 후보별 유불리가 엇갈리면서 당내 신경전도 고조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양자 경선 운운은 탄핵 대선판을 모르는 사람들의 탁상공론”이라며 “원샷 4자 경선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자 경선을 하면 감정이 격앙돼 경선 후 봉합이 어렵다”며 “4자 경선을 하면 3·4등은 어렵지 않게 합류할 수 있고, 2등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홍 시장의 전략이 ‘당심 분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가까운 친윤계 주자가 결선에 오를 경우, 당 조직을 통한 당심 결집이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 반면 다자 구도에서는 당심이 분산되면서, 고정 지지층을 확보한 홍 시장에게 유리한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 ‘윤심’에 가까운 후보가 결선에 올라올 경우를 대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도 확장성이 강한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도 ‘민심 확대’를 통한 경선 구조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룰을 못 바꾼다면 대선 승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완전국민경선을 요구했고, 안 의원도 “8:2 정도로 국민 참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 모두 당심에 비해 민심이 우세한 만큼, 민심 중심의 경선 구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일부 주자들은 경선 룰에 대한 공개 언급을 삼가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청년취업사관학교 도봉캠퍼스 간담회에서 “경선 룰은 경기에 참여하는 플레이어가 직접 언급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며 “당에서 정한 룰에 따라 페어플레이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한편 선관위는 이번 경선에서 여론조사 조작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명태균 방지조항’을 도입해 각 캠프가 여론조사 실시 시 사전 신고하도록 했고, 정치자금법 준수 서약과 함께 선거인 명부 유출 방지를 위한 책임자 지정 및 사용 대장 제출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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