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부산서 이재명과 차별화… “산은·수은 이전 박차”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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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 핵심 김민석 직접 거론하며
“산은 이전 적극 추진 못해 죄송”
‘독주’ 이재명 겨냥한 것으로 풀이

야권 대선 주자 가운데 가장 먼저 조기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KDB산업은행 외에도 한국수출입은행까지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부산시의회 제공 야권 대선 주자 가운데 가장 먼저 조기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KDB산업은행 외에도 한국수출입은행까지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부산시의회 제공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먼저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부산을 찾았다. 그는 “수도권 1극 경제를 5개의 초광역 메가 경제로, 분권 경제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부산·울산·경남(PK)을 금융 및 자유 무역 물류허브와 안보 산업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KDB산업은행 외에도 한국수출입은행까지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그간 민주당이 국책 은행 이전을 반대해 온 데 대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산은 부산 이전에 침묵하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 이재명 대표와의 차별화를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의원은 이날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 위기의 강도가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다”며 “경기 둔화는 정부가 돈을 풀어 극복할 수 있지만, 잠재성장률 하락은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야 나을 수 있는 ‘만성 질환’이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은 우리나라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거의 세계 20위권 국가 경제 규모와 맞먹는다”며 “그 중에서도 서울은 수도권 GDP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수도권은 대한민국의 현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분권 성장’을 제시했다. 그는 “경제 성장 방식을 바꿔야 국가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국민 소득도 골고루 높아질 수 있다”며 “분권 성장으로 역동성을 잃은 경제 심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국민 경제의 피가 온 몸으로 돌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가 제시한 구체적인 해법은 수도권 1극 경제를 5개의 초광역 메가 경제로 분산하는 분권 경제 체제로의 전환이다.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지역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PK에 대해 “부울경은 세계로 뻗어가는 대한민국 경제 관문이다”며 “한반도 북방 대륙 경제권과 남방 해양 경제권의 중심축으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부산은 글로벌 금융 및 자유 무역 물류 허브로, 경남은 우주항공 및 방산, 해운 등의 세계적인 안보 산업 메카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전 의원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이전을 직접 거론한 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주자 1위를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사실상 조기 대선 레이스 대비에 들어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던 지난달 6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의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처리와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요청에 침묵했다. 이후 지역에서는 후폭풍이 이어졌고 이 대표에 대한 비토 기류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김 전 의원은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21대 국회에서 저를 비롯해 최인호, 박재호, 전재수, 민홍철, 김정호, 이상헌 등 당시 의원들이 산은을 이전하기 위해 상당히 많이 노력했지만 실질적으로 이뤄내지 못했다”며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인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을 거론했다. 그는 “(과거 김 최고위원이) 당 정책위의장을 맡자마자 산은 부산 이전은 안 된다고 발표하는 바람에 저와 갈등이 생겨 많이 다투기도 했다”며 “우리 당에서 적극적으로 산은 이전을 추진하지 못한 점에 대해 부울경 시도민들에게 사죄드리며 새 정부에선 문현금융단지가 완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김 전 의원은 기자회견 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다. 이어 경남 양산 통도사를 찾은 뒤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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