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정식 재판 절차 진행… 尹 지연 전략 안 통했다
대통령 탄핵 심판 헌재 첫 변론
尹 불출석 속 4분 만에 첫 변론기일 종결
정계선 재판관 기피 신청 하루만에 기각
재판 ‘공회전’ 막고 16일부터 본격 심리
내란 관련 수사 증거 채택 등 공방 예고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일정대로 진행했다. 전날 윤 대통령 측이 정계선 헌법재판관에 대한 기습 기피 신청에 대해 하루 만에 기각했고, 다음 기일인 16일에는 계획대로 변론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14일 오후 2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재판장으로 윤 대통령 탄핵 사건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헌재는 전날 오전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정계선 재판관에 대한 기피 신청과 변론기일 일괄 지정 이의신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 재판관 8명은 모두 이날 변론기일에 참석했다. 문 권한대행은 “어제 재판관 한 분에 대한 기피 신청이 들어왔고, 오늘 그분(정계선)을 제외한 7분의 일치된 의견으로 기피 신청을 기각했으며 그 결정문을 오전 중에 송달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헌재가 윤 대통령 측의 기피 신청을 받아들였다면 재판은 당분간 ‘공회전’이 불가피했다. 헌재가 기피 신청을 받아들이면 결론이 나올 때까지 소송 절차를 중지해야 한다.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의 기피 신청이 소송 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판단, 각하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윤갑근 변호사는 “(정계선 재판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해 기피 신청을 했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기각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양식 있는 재판부이고 양식 있는 재판관이라면 스스로 회피할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소추위원단에서는 단장인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대리인단으로는 공동대표를 맡은 김이수·송두환·이광범 변호사를 비롯해 장순욱·김현권·성관정·김선휴·김남준·이금규·박혁·이원재·권영빈·김진한·김정민·황영민 변호사 등 모두 15명이 출석했다. 윤 대통령 측에서는 배보윤·윤갑근·도태윤 변호사 등 3명이 나왔다.
이날 대심판정에는 온라인 방청 신청에 응모한 2430명 중 추첨을 통해 48.6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50명의 시민이 심판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자리했다.
첫 변론은 하지만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오후 2시 4분에 마무리됐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1회 변론은 15분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9분 만에 끝났다.
법조계는 윤 대통령 측의 잇따른 이의 신청이 노골적인 재판 지연 전략인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가 이날부터 정식 변론에 들어가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이의신청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법에 따라 5차례 변론기일까지 일괄 지정한 것을 두고도 “방어권과 절차 참여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본격 심리는 16일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빼겠다’고 해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내란죄 유무죄 판단은 형사 법정에 맡기고 헌법 수호 제도인 탄핵심판 성격에 맞게 가자는 게 국회 측 의견이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소추 사유의 80%가 내란죄라며, 사건을 각하해야 한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국회가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바뀌지 않는다면 소추 사유에 어떤 법률을 적용할지, 어떻게 평가할지는 전적으로 헌재의 직권 사항이다.
‘12·3 내란사태’ 관련 수사 기록 및 국회 회의록 등 증거 채택을 두고도 양측이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측은 검찰, 경찰, 군검찰로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죄 수사를 받는 이들의 피의자 신문 조서와 공소장 등을 받아 달라고 했고, 헌재는 이를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 측은 ‘재판·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해서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헌재법 32조를 들어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이의신청도 냈다.
헌재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실시하는 송부 촉탁은 헌재법 10조 1항, 심판규칙 39조 1항과 40조에 근거한 것”이라며 “헌재법 32조 단서 위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헌재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등에 대한 수사 기록을 받았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