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해체 하다 말고… 반 년간 방치한 부산 중앙여중
작년 여름방학 석면 제거 시작
모듈러 교실 이사 연기로 중단
2주 전부터 공사 재개됐지만
현장 통제·안전조치 미흡 지적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석면 해체 공사 현장이 반 년간 방치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향후 부산 시내에서 석면 비산 등 피해 가능성이 높은 학교 공사 현장이 추가로 드러날 것인지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14일 부산 학교석면모니터단 등에 따르면 부산 서구 중앙여자중학교에서 지난해 7월부터 무단으로 석면 패널을 철거했던 정황이 확인됐다. 학생과 교직원, 인근 주민들이 석면 피해에 노출될 수 있는 현장이 반 년째 방치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중앙여중은 지난해 7월 여름방학을 시작으로 노후 건물 개축 공사에 착수했다. 석면 해체·제거 작업은 본격적인 건물 해체 공사에 앞서 진행되는데, 애초 학교 측은 여름방학 동안 석면 제거를 마칠 예정이었다.
당시 석면 제거 작업이 시작됐다가 학생들이 당장 2학기부터 사용할 모듈러 교실의 실내 공기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작업이 긴급하게 중단됐다. 2학기 시작 전 공기질 문제는 해결돼 학생들은 모듈러 교실로 이사했지만, 여름부터 중단된 석면 제거 작업은 약 2주 전인 작년 말에야 재개됐다.
모듈러 교실 건물은 학교 부지 내 세워져 석면 제거 작업 중인 건물과 불과 수십m 거리에 있다. 철거 작업을 하다 말고 방치된 석면 패널로 인한 학생 피해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내 석면 제거 작업이 처음부터 부적절하게 진행된 정황도 확인됐다. 지난 13일 중앙여중 현장을 찾았던 학교석면모니터단 관계자는 “천장에 부착된 석면 텍스가 잡아뜯은 것처럼 무분별하게 훼손돼 있다”며 “석면 제거 작업에 필요한 사전 범위 확인과 안전 제거 절차를 지켰다면 이러한 작업 형태를 보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제거 작업에서 비닐 보양과 음압기 사용 등의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측은 “석면 제거 현장은 위험도가 큰 만큼 출입문을 닫아거는 등 엄격하게 통제된 상황에서 진행돼야 하는데, 여름방학 때 석면 제거 관계자가 아닌 인부, 근로자 등이 해당 현장을 왔다갔다 하는 등 완전히 통제된 상황이 아니었다”며 “옷에 묻은 석면 비산먼지도 흡입과 2차 노출 등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석면은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군 발암물질로 지정돼 있다. 흡입 시 폐암, 악성 중피종, 석면폐증과 같은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잠복기가 10~40년에 이를 만큼 관련 증상이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사전에 비산 노출을 막아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석면 2차 노출 등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부산은 636개 초·중·고교와 특수학교 중 7.4%인 47곳에 여전히 석면 자재가 남아 있다”며 “학사 일정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해당 학교 측은 “여름방학 이사 과정에서 천장에 부착된 인테리어 물건 등을 뗄 때 일부 석면 텍스에 훼손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듈러 교실로 이사한 이후로는 학생과 교직원들이 폐허나 마찬가지인 기존 건물 근처로 갈 일이 없다”며 “최근 공사 인원들도 조심스럽게 석면 제거 작업을 진행 중이며, 2월 말까지 석면 제거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