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 하다”던 거제 동거녀 살해 후 사체 은닉 50대 징역 30년 구형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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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하던 연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집 베란다에 암매장했다가 16년 만에 덜미가 잡힌 50대(부산일보 2024년 10월 14일 자 11면 등 보도)에게 검찰이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3일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1부(김영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번 사건 결심공판에서 살인 및 마약류관리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58) 씨에게 이같이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 씨는 2008년 10월 거제시 한 다세대주택 옥탑방에서 함께 살던 B(당시 33세)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의 시작은 26년 전인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의 한 유흥업소에서 디제이로 일하던 A 씨는 손님으로 온 B 씨를 만났다.

연인 관계로 발전한 두 사람은 2004년 거제에서 동거를 시작했고, 2007년 4층짜리 원룸 옥탑방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런데 이듬해 10월, 이성 문제로 시작된 언쟁이 끔찍한 살인으로 이어졌다.

감정이 격해진 A 씨는 둔기를 휘둘렀고, 머리와 얼굴을 구타당한 B 씨는 결국 숨졌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A 씨는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베란다에 암매장했다.

이곳은 좌우가 막혀 옥탑방 창문을 넘어가야 닿을 수 있는 좁은 통로다. 여기에 벽돌을 쌓아 만든 공간에 가방을 숨기고 시멘트로 채웠다.

B 씨 모친은 3년이 지난 2011년에야 실종 신고를 했다. 평소 왕래가 뜸했던 탓이다.

그러나 실종 사건은 당시 행방을 추적할 만한 단서나 뚜렷한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해 미제로 종결됐다.

당시 동거인으로 참고인 조사를 받은 A 씨는 “헤어졌다”고 둘러댔다.

2008년 동거 중인 남자친구에게 살해 당한 뒤 암매장 당한 여성 사체가 발견된 장소. 옥탑방 창문을 넘어가면 나오는 길고 좁은 통로다. 좌우가 막힌 구조라 옥탑방 세입자를 제외하면 드나드는 이가 거의 없어 16년이 지나도록 발견되지 않았다. 부산일보DB 2008년 동거 중인 남자친구에게 살해 당한 뒤 암매장 당한 여성 사체가 발견된 장소. 옥탑방 창문을 넘어가면 나오는 길고 좁은 통로다. 좌우가 막힌 구조라 옥탑방 세입자를 제외하면 드나드는 이가 거의 없어 16년이 지나도록 발견되지 않았다. 부산일보DB

이후 암매장한 시신을 곁에 둔 상태로 8년 넘게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던 A 씨는 2016년 마약 투약으로 구속됐다.

1년 뒤 출소한 A 씨는 형제자매가 있던 양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가 떠난 뒤 세입자가 없어 공실로 남았던 옥탑방은 명도 소송을 거쳐 건물주 개인 창고로 사용됐다.

그렇게 영영 묻히는 듯했던 사건의 진실은 지난해 8월 옥상 방수 공사를 하다 실체가 드러났다.

건물주 의뢰로 수상한 콘크리트 더미를 부수던 인부들이 여행용 가방을 발견한 것이다. 속엔 백골화가 진행 중인 사체가 있었다.

검경 조사에서 애초 “모르는 일”이라면 발뺌하던 A 씨는 뒤늦게 범행 일체를 자백하며 “끔찍한 기억을 지우려 마약에 손대고 극단 시도까지 했는데, 이제라도 밝혀져 홀가분하다. 처벌은 달게 받겠다”고 했다.

이날 최후진술에서도 “16년 동안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해 온 것 같다. 깊이 반성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23일 오전 9시 50분 열린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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