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윤석열’ 뒤에 ‘극우’ 있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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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과 지속되는 내란 사태 본질 주시해야

극우 “부정선거 입법독재” 주장
윤 대통령 비상계엄 사유 흡사
사실상 현 내란 사태 촉발 배경

현 정부 주요 공직에 대거 진출
“종북 좌파, 반국가 세력” 운운
편향된 이념으로 정치 흔들어

집권 여당 주류 목소리 이끌고
지지층 부추겨 집단행동 유도
언제든 헌정질서 위협할 존재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자유 대한민국 수호 국민혁명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자유 대한민국 수호 국민혁명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초 독일에서 쿠데타를 모의한 극우 테러조직이 적발돼 유럽 전체에 파란을 일으켰다. 독일 연방검찰에 체포된 이 테러조직은 극우 정당의 정치인이 포함됐으며, 나치식 국가사회주의 부활을 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군사장비를 갖추고 군사훈련을 받았으며 ‘인종 청소’까지 계획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2022년에도 군사조직을 갖추고 체제 전복을 노린 극우 단체가 적발된 적이 있다. 당시 이들은 연방정부와 의회의 주요 인사를 체포하고 과도정부를 세운 뒤 옛 독일제국을 복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단체 조직원 중에는 현직 판사와 전직 군인도 있었다.

■ “반국가 세력” 말하는 그들

규모는 다르지만 12·3 비상계엄의 전모와 몹시도 흡사하다. 여러 증거와 증언들로 점차 확인되고 있는 바, 12·3 비상계엄에서는 군대를 동원해 정치인을 체포하고 국회와 선관위를 장악하기 위한 군사작전이 펼쳐졌다. 이 같은 비상계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에게 닥친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벌인 무모한 시도였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하지만 그게 이번 내란 사태의 본질을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윤 대통령 뒤에 버티고 있는 극우 세력을 주시해야 한다. 어쩌면 윤 대통령은 그들의 대리인 내지 행동대장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른바 부정선거론에서 그 정황을 짐작하게 된다. 올해 4·10 총선 등 지난 선거에서 선관위 중심의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인데, 이에 대해서는 선관위, 국가정보원, 사법 당국이 모두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주요 타깃 중 하나로 선관위를 지목했다.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그는 “선거 관리 전산시스템이 엉터리라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사실상 부정선거론를 대변한 것이다.

부정선거론은 극우 성향의 인사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줄곧 제기해 온 음모론이다. 이들은 “전자개표기 조작” 운운하며 결국은 지난 총선 때 수개표를 30년 만에 부활시키기까지 했다. 지금도 이들은 선관위 개혁을 요구하며 부정선거 주장을 그치지 않는다. 선관위를 주요 타깃으로 삼은 이번 비상계엄은 이런 극우 성향 인사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확인·강요하기 위해 대통령을 추동해 빚은 결과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상당수 극우 성향 인사들은 현재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한 야당을 입법독재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종북 좌파라고 비난한다. 실제로 한 극우 성향 인사는 “부정선거로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입법독재를 하는 게 비상사태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강변했다. 지난 12일 담화에서는 “거대 야당의 의회독재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지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야당은 종북 반국가 세력인 셈이다. 극우 성향 인사들의 주장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인식이고, 그런 이유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뒤에 극우 세력이 있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 윤석열 정권 움직인 그들

이런 상황은 우연이 아니다. 돌아보면, 극우 세력이 윤석열 정권을 실질적으로 장악했음을 알 수 있다. 한동안 정치권 외곽에 머물던 극우 성향 인사들은 현 정부 들어 대거 공직에 진출해 영향력을 확대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 방송통신위원장,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등 정부 주요 공직과 산하기관에 극우 성향 인사들이 포진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부정선거론을 설파하고, 윤 대통령으로 하여금 ‘헌정질서 파괴 세력들’을 해체할 것을 주문했다.

대통령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기훈 국정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강 선임행정관은 극우 정당으로 평가된 자유의새벽당 대표 출신으로, 21대 총선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인정은 반헌법적’이라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독립기념관 등 역사·학술 단체 등에도 극우 성향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우리 사회를 이념의 극한 대결로 치닫게 만들었다. 요컨대, 극우 세력은 윤석열 정권 초기부터 주도적으로 국내 정치를 뒤흔들었던 것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에서도 이들 극우 세력은 목소리를 낮추지 않는다. 반성은커녕 오히려 비상계엄 논거를 유튜브 등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자유통일당(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초대 대표를 지낸 극우 성향의 개신교 기반 정당) 비례대표 2번 공천을 받았던 석동현 변호사는 “체포의 ‘체’ 자도 꺼낸 적이 없다고 한다”며 윤 대통령을 감쌌다. 그는 현 탄핵 정국에서 윤 대통령의 ‘입’을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이를 빙자해 그 스스로 비상계엄 옹호 목소리를 높인다.

심지어 이들은 “여론을 바꾸기 위해 광장에 나와야 한다”라며 지지층을 부추겨 집단행동을 선동한다. 전광훈 목사가 특히 열렬하다. 지난해 10월 유튜브를 통해 ‘계엄령을 발동해 국회 동의를 받기 전에 국회의원 300명을 체포해 버리면 된다’는 발언을 한 그는 연일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2차 계엄을 주장해 한 시민단체로부터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당해도 멈추지 않는다. 지난 18일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윤 대통령은 해줄 일 다했다. 이제 광화문에서 우리가 마무리를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쯤이면 이번 내란 사태를 의도하고 촉발시킨 주체가 어떤 세력인지 여실히 확인된다.

■ 민주주의 흔드는 그들

12·3 비상계엄 이후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사람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 운운한다. 틀린 말은 아니만,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인식이다. 엄밀히 말해 지금 한국 민주주의는 여전히 위기 상황이다. 내란 사태를 추동한 극우 세력이 건재하고, 무엇보다 이들이 지금도 집권 여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주류의 목소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데도 아닌 국민의힘 내부에서 단말마처럼 터져 나온 고백에서 드러난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힘이라는 보수당 안에 극우라는 암 덩어리가 자라버렸다”고 탄식하고,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당, 그런 당으로 가는 것은 극우적인 그분들하고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게 그렇다.

국민의 80% 가까이가 윤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대통령 한 사람 탄핵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극우 세력이 건재하는 한 민주 헌정질서는 언제든 다시 위협받을 수 있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과거에 그런 사례가 빈번했다.

해방 직후 극심한 좌우 이념 대립 속에서 중도 정치와 통일 정부 수립을 지향하던 몽양 여운형은 극우 세력의 표적이 돼 무려 11차례나 테러를 당했고 1947년 12번째 테러에서 결국 죽임을 당했다. 가까이로는 불과 5년 전인 2016년 12월 16일의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이 있다. 공수처 반대와 박근혜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이던 소위 ‘태극기 부대’ 등 극우 집단이 국회의사당에 불법 진입을 시도해 국회의원과 경찰을 폭행한 사건이다. 12·3 비상계엄은 극우 세력에 의한 그런 폭력 행위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극우 세력과 그에 휘둘리는 정치는 언제든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이번 내란 정국의 본질은 바로 거기에 있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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