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병원 의사가 잘한대” 불안이 부추긴 서울행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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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도 고난도 수술 가능한데
높은 병원 인지도와 평판에 좌우
주변에서도 “빅5에 가보지” 권유
고작 몇 분 진료 위해 고난의 상경

부산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서울에 다녀온 건 불안을 확인시켜 주는 정도였죠.”

지난 2월 부산대병원에서 개두술과 뇌동맥류 결찰술을 받은 하 모(53) 씨. 그는 수술을 앞두고 주변의 강한 권유로 서울 대형 병원을 찾았던 경험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부산대병원 간호사인 그는 수술 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환자들을 많이 봐 와서 진단을 받은 후 처음엔 서울로 갈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주변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그는 새벽 서울행 SRT 기차에 몸을 실어야 했다.

하루에 병원 두 곳을 가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400km를 달려 도착한 병원에서 담당 교수와의 대화는 1분 30초 남짓. 서울 두 의사는 상반된 소견을 내놨고, 하 씨는 원래 결심대로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양쪽 귀 윗부분부터 이마 선을 따라 절개하는 큰 수술이지만, 지역 상급병원에서 치료받은 건 오히려 잘 한 선택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무조건 서울로 가야 한다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죠. 정말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지역에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고, 회복 과정에서 멀리 가지 않아도 돼 훨씬 유리해요.”

하 씨처럼 지역에서 큰 수술을 받고 충분히 건강을 회복할 수 있지만, 주변 권유에 의해 서울 대형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지역 거점 병원인 부산대병원이 최근 지역 완결형 의료 체계 완성을 위한 글로벌 허브 메디컬센터 건립 사업에 앞서 시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제로 시민들은 고난도 중증 수술 등이 필요할 때 수도권 상급병원 이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병원 경험자를 대상으로 병원 속성별 인식을 물었더니, 가장 크게 인식 차가 벌어진 건 병원에 대한 ‘평판’이었다.

부산대병원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부산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일부터 9일까지 설문 조사를 실시해 1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통상적인 경우 부산대병원 등 부산 지역 상급병원을 이용하나 고난도 중증 수술이 필요할 때 수도권 병원을 더 선호했다.

부산대병원 이용 행태는 외래(76.9%), 입원(37.3%), 수술(35%)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상급병원의 경우 외래(79.4%), 입원(45.8%), 수술(41.3%) 순으로, 입원이나 수술이 필요할 때 수도권 병원 이용을 더 찾는 것이다.

특히 암, 뇌·신경 질환, 희귀 질환 등 고난도 중증 수술이 요구될 때 수도권 상급병원 진료 경험이 높았다. 암 진료 경험은 부산대병원 경험자(260명)에서 25.8%로 나타났으나, 수도권 병원 경험자(155명)에서는 48.4%로 훨씬 높았다. 뇌·신경 질환도 수도권 병원(11.6%)에서의 진료 경험이 부산대병원(8.8%)보다 높았고, 희귀질환도 수도권 병원 경험자에서 7.7%로 부산대병원(2.7%)보다 높게 나타났다.

병원을 이용한 적 있는 경험자들이 각 병원의 속성별 만족도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살펴봤더니, 특히 '평판'에서 수도권 병원과 부산 상급병원 간 인식 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수도권 상급병원 경험자는 87.1%가 병원 평판을 긍정적으로 답변했고, 부산대병원 경험자는 64.6%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수도권 병원은 의료시설·장비, 시설·환경 쾌적성, 의료진 전문성 측면에서도 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격차가 평판만큼 높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3개 속성에 대한 수도권 상급병원과 부산대병원 간 격차는 15.3%포인트(P), 20.3%P, 13.8%P로 나타났다. 부산대병원은 진료 외 비용, 진료 대기 시간, 치료 비용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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