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 공공·대기업 '선제 대응’ 중소기업 ‘난감’
조선기자재연구원 이달부터 시행
삼성·SK 등 대기업 단축 실험
“생산성 저하·인건비 부담 가중”
산업·건설업계, 의무 도입 우려
이재명 대통령의 ‘4.5일제’ 공약을 두고 공공기관과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선제적 움직임이 감지된다. 직원들의 업무 효율 상승 효과를 기대하고 선제적으로 4.5일제를 하나둘 도입하고 있지만 산업계와 건설업계 등은 이러한 분위기 확산에 비용 증가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KOMERI)는 2일 “정부의 근로 시간 유연화 정책 기조에 발맞추고 연구원 내부의 조직문화 혁신과 직원 복지 강화를 함께 도모하려는 목적에서 이번 달부터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에 본원을 두고 있는 연구원은 총 260여 명의 행정직, 연구직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직원들은 매달 1회 수·금요일 중 하루를 선택해 오후 근무를 쉴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관계자는 “연구직의 특성상 연구원들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과제나 스케줄을 일정에 맞게 조율을 할 수 있어 업무에 지장 없이 4.5일제를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주요 대기업에서도 주 4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6월부터 ‘월 1회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급여일(21일)이 포함된 주에 나흘(월~목) 동안 2시간씩 더 근무하고 금요일에 휴무를 권장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 역시 2023년 3월부터 매월 세 번째 금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하는 ‘해피프라이데이’ 제도를 도입했다. SK텔레콤은 2022년부터 매달 둘째 주, 넷째 주 금요일을 휴무로 지정해 사실상 주 4.5일 효과를 거두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2024년부터 격주로 ‘주 4일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다. 2주 단위로 평균 주 40시간 내의 근로 시간은 유지하면서 첫 주는 주 5일 근무를, 그다음 주는 주 4일을 근무하는 방식이다.
IT 기업들 역시 일찌감치 근로 시간 단축에 나선 상태다. 카카오게임즈는 2021년 4월부터 격주 금요일을 쉬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했고, 토스 역시 같은 해부터 금요일 오후 2시에 퇴근하는 주 4.5일 제도를 도입했다.
60계치킨은 주 4.5일제를 넘어선 주3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다. 주 4일(36시간) 근무보다 근무시간이 짧다. 수요일은 오후 1시 30분 출근, 금요일은 오후 3시 30분에 퇴근한다. 60계치킨은 평일에도 오전 9시 50분부터 6시까지 근무하고 있다.
이러한 4.5일제 분위기 확산에 산업계와 건설업계는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주 4.5일제 도입은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중소기업들은 임금을 유지한 채 4.5일제을 도입하는 방향은 인건비 부담만 늘 것이라고 강조한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중소기업들은 생산성 저하와 납기 대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4.5일제 도입은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부산경영자총협회도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우 현재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근로 시간이 단축되면 납기 차질과 일감 축소의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건설업계는 주 4.5일제 근무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부산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금도 무더위나 긴 장마 등 이상 기후현상으로 현장을 돌릴 수 있는 날짜가 며칠 나오지 않는다”며 “주 4.5일은 공사기간을 대폭 늘릴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높은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