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심판 마무리되자 與 기류 변화 왜?
與 윤 대통령에 통합, 사과 메시지 촉구
이전 尹 측 엄호 메시지와 다른 톤
'조기 대선' 포석 기류 변화 감지
대선 언급 꺼리면서도 잠룡에 공간 마련
당내서도 "조기 대선 준비" 강조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이 25일 종료됐다. 변론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그간 친윤(친윤석열) 행보로 보수 지지층 결집을 끌어냈던 국민의힘 내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에게 국민 통합과 수용, 개헌 메시지를 요구하면서다. ‘헌재 때리기’에 집중했던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태도로, 조기 대선을 의식한 출구전략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최후 변론 메시지에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국민에 큰 불편과 정국 불안정을 가져다준 점에 대해 진솔한 대국민 사과 내지 진솔한 심정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탄핵 선고로 인해서 나라가 분열되지 않고 통합이 돼야 한다는 부분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외 자세한 점은 대통령이 잘 알아서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 강조나 야당의 입법 독주 조명이 아닌 대통령 본인의 성찰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 필요성이 담긴 메시지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여소야대가 되다 보니 국민들 입장에선 여당이 제대로 하는 것도 없어 보이고, 또 대통령이 뭔가를 하려 해도 야당에서 반대하면 추진할 수가 없다. (윤 대통령이)헌법 개헌 관련 메시지를 내주면 좋겠다는 것도 희망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수많은 사람이 조사를 받고 있는데, 이들은 명령에 의해 따를 수밖에 없었던 그런 상황”이라며 “‘나를 따르는 모든 분은 용서해달라’는 메시지가 과감히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는 취지이다.
당 지도부의 이같은 메시지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재의 정치적 편향성에 초점을 맞추고, 민주당의 입법 독주 등을 부각하며 윤 대통령을 엄호하는 메시지를 내왔다. 하지만 헌재 변론이 종료된 이날 윤 대통령의 사과와 통합 메시지를 주문하면서 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과 일정 부분 거리를 벌렸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의 이같은 수위 변화는 조기 대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그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의 윤 대통령 껴안기 행보와 보수 결집 탓에 조기 대선을 준비할 명분은 떨어졌고, 판결 이후 움직이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게 문제로 꼽혔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결과는 3월 중순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부터 ‘탄핵 인용 파면’ 또는 ‘탄핵 기각’ 평결까지는 약 2주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재판관 평의가 다소 지연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5월 대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게 중론이다. 이 경우 정치권에 대선 준비 기간이 3개월도 채 주어지지 않는 셈이다. 국민의힘에겐 대통령 파면에 따른 ‘여권 책임론’을 덜어내고 지역별 공약 취합, 당 차원의 선거 전략을 수립하기에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현재 여권 잠룡들이 꿈틀대고 있지만, 여당이 배출한 대통령 탄핵 국면에 이들 운신의 폭은 야권에 비해 한없이 좁다.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보수 지지층이 결집, 정권연장론 의견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상승한 점도 대선 준비를 가로막는 지점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헌재 결정 전망에 대해 “헌법재판관이 아직 평의도 시작하지 않은 마당에 (탄핵)인용과 기각은 더 지켜보는 게 바른 태도”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국회 토론회·세미나엔 당 지도부와 수십 명의 여당 의원이 참석하며 이들에게 힘을 싣기도 했다. 이에 당 지도부가 조기 대선 언급을 꺼리면서도 ‘톤 조절’로 틈새를 벌리는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권에서도 조기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우리에겐 탄핵 심판 선고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중도층 파고들기에 나선 이재명 민주당을 당 차원의 준비도 없이 상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조기 대선 준비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도 “(윤 대통령의) 탄핵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우리가 이재명을 중심으로 한 반대한민국 세력을 꺾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키는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선거에서 이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이고 치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최근 “당 지도부가 탄핵 인용 가능성에 대비한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