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 나우] 일본 떠돈 韓 유골 또 떠돌라...日 스님 “하루빨리 봉환을”
나가사키 이키섬 미귀환 유골 131위
후생노동성 관리 신원불명 민간인 유골
“민간인 유골도 日 정부 책임 반환돼야”
지난달 3일 일본 나가사키현 이키섬 사찰 텐토쿠지에서 만난 니시타니 도쿠도 주지. 손혜림 기자 hyerimsn@
“지금 반환되지 않으면 100년 뒤에도 그대로 일 겁니다.” 지난달 3일 일본 나가사키현 이키섬 사찰 텐토쿠지에서 취재진과 만난 니시타니 도쿠도 주지는 2018년부터 이곳에 안치 중인 한국인 유골 131위의 봉환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먼 땅에 잠든 유골을 하루 빨리 고국으로 보내고자 했지만 좀처럼 봉환에는 진전이 없다. 이달 말 은퇴를 앞두고 지난해 일본 정부에 서면으로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한국 정부와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 日 정부가 발굴한 귀국 조난 유골
텐토쿠지에 잠든 유골은 해방의 기쁨을 안고 귀국선에 올랐다가, 1945년 10월 11일 태풍 ‘아쿠테’를 만나 조난돼 이키섬과 대마도로 떠내려 온 희생자들의 것으로 추정된다. 도민들은 희생자들을 바닷가에 묻고 위령비를 세웠고, 텐토쿠지는 위패를 만들어 매년 법요를 이어왔다.
유골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30년 뒤. 히로시마 미쓰비시 피폭 강제징용공 실종사건을 추적해온 한 일본인의 주도로 1976년 이키섬 아시베만에서 유골 86위가 발굴됐다. 나머지 45위는 1983~1984년 후생노동성과 외무성의 공동 조사로 대마도에서 발굴됐다. 강제동원과 관련해 일본 정부 주도로 공식 실태조사와 발굴이 이뤄진 최초의 유골로 알려져있다.
최초 발견으로부터 80년 넘게 흘렀지만 여전히 신원미상이다. 미쓰비시 작업복 단추 등 단서가 발굴되지 않았고, 실종사건과는 시기, 인적 구성에 차이가 있었다. 단지 유골의 모습과 발굴된 비녀, 주민 증언 등을 토대로 경상도, 전라도 출신 여성, 어린이, 노인으로 추정될 뿐이다.
유골은 일본 내 사찰, 후생노동성 보관실 등을 돌아다니다 2018년 이키섬에 돌아왔다. 한국과 비교적 가깝고 지역사회에서 위령을 이어온 이키섬에 봉환해 모시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팬데믹이 닥쳤고 이후론 시간만 흘렀다.
유골의 한국 봉안 장소는 마련돼있다. 1998년부터 합동 위령제를 지내온 경주 수곡사가 인수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후생노동성이 관리 주체로, 민간이 함부로 유골을 옮길 수는 없다. 니시타니 주지는 “계속 정부의 (봉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며 “수곡사로 옮겨지고 친척일지도 모르는 이들이 찾아와 참배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 전후 81년, 성의있는 봉환을
이키의 유골이 봉환되면, ‘민간 징용자 등’의 유골이 일본 정부에 의해 봉환되는 사실상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군인·군속에 대한 책임만을 인정하면서, 민간 징용자나 피해 유형이 밝혀지지 않은 희생자의 유골은 재일동포와 민단 등 민간 주도로 봉환돼왔다.
외교부는 “일본 측과의 소통 사항에 대해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고, 일본 후생노동성도 “한국 정부와 협의 중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외교상의 논의로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일제강제동원 희생자 유해 봉환을 주관하는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은 이키섬의 유골이 강제징용 피해자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태로 현재로서는 관련법에 따라 업무를 맡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대로 둔다면 봉환은 요원하다. 탑승명부조차 남아있지 않는 해난 유골은 신원을 밝히기 매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성의있는 반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조세이 탄광 유골에 대해 한일 양국이 DNA 공동 조사를 추진키로 하는 등, 민간 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관여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10여 년간 이키섬 유골 관련 활동과 연구를 이어온 후쿠오카교육대 고바야시 토모코 교수는 “민간인의 유골도 정부의 책임으로 반환이 이루어져야 하는 게 도리고, 그 첫걸음과 같은 의미에서도 이곳의 유골에 주목하고 있다”며 “과거를 돌아보고 희생자를 함께 애도해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도 뿌리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은 “태풍 피해로 돌아가신 분들의 유해를 수습해서 지금까지 공양해온 현지 주민들과 오랫동안 희생자를 함께 추모해온 한일 종교인, 시민들의 뜻을 한일 양국 정부가 존중해 모시고 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식민지배 사죄 정신에 바탕해 일본 정부는 유감, 사죄 등 마땅히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