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원청 교섭 물꼬 텄지만 여전히 애매한 노동자 지위 [화물연대·BGF 협상 최종 합의]

최환석 기자 ch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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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노동자 교섭 대상 인정받아
특수고용노동자 지위도 화두로
사업자·노동자 경계 구분 못해
법마다 명시된 보호 범위 제각각
노동계 “최소한의 안전망은 필요”

이민재(왼쪽) BGF로지스 대표이사와 김동국 화물연대 위원장이 30일 경남 진주시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에서 단체합의서 조인식을 가진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민재(왼쪽) BGF로지스 대표이사와 김동국 화물연대 위원장이 30일 경남 진주시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에서 단체합의서 조인식을 가진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합원 사망으로 격화했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와 BGF로지스 간 갈등이 가까스로 매듭지어졌다. 특수고용 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원청 교섭 마중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특수고용 노동자 법적 지위 논란을 화두로 남겼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사용자 책임 범위는 넓어졌지만, 여전히 특수고용 노동자는 여러 법과 제도 테두리에서 벗어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화물연대-BGF로지스 갈등 일단락

화물연대와 BGF로지스는 30일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에서 단체 합의서 조인식을 열었다. 경남 진주시 CU 진주물류센터 앞 집회 현장에서 비조합원이 몰던 화물차에 치인 화물연대 조합원이 사망한 지 열흘 만이다.

이들은 △운송료 7% 인상 △조합원 분기별 1회 유급휴가 △휴식권 보장 △손해배상 청구 금지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 취소 등 조건에 합의했다.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하고 단체교섭 정례화도 약속했다.

조합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총파업 투쟁을 벌인 화물연대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교섭 대상으로 인정받았다. 화물연대본부 김동국 위원장은 “이번 합의는 단순한 운송료 인상이나 처우 개선을 넘어, 그동안 부정됐던 화물연대의 교섭 주체성과 노동조합의 지위를 실질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현장 화물 노동자들을 교섭의 대상으로 인정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특수고용 노동자 원청 교섭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화물연대는 BGF로지스 모회사인 BGF리테일을 실질적 사용자로 지목하고 처우 개선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BGF리테일이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파업으로 치달았다.

사태 초반 고용노동부가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분들이 단결해 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선을 그으면서 갈등 장기화가 예상됐다. 그러나 노동위원회가 화물연대의 노동자 지위와 교섭 당사자 적격성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박은정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노란봉투법 개정으로 특수고용 노동자 대상 사용자 책임까지 확대됐다고 판단한다”며 “다만 법 취지에도 사용자가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관행이 여전히 작동하는 양상”이라고 이번 사태를 진단했다.

■특고 법적 지위 논쟁은 ‘현재진행형’

특수고용 노동자는 노동은 하지만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등으로 분류되는 비정규직이다. 보험 모집인, 학습지 교사, 학원 강사, 골프장 캐디를 비롯해 택배 운전자까지 다양한 직종이 ‘노동자 아닌 노동자’로 분류된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긴 시간 다툼 끝에 ‘전속성 요건’이 폐지돼 산재보험법 적용은 받지만, 여전히 법 테두리 밖이다.

노동법 전문 김태형 변호사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지위가 법과 제도에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다고 지적한다. 우선 근로기준법만 하더라도 특수고용 노동자를 정확하게 규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매번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법원은 특수고용 노동자를 대상으로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 판단을 내릴 때 지휘·감독이 약하더라도 도급이나 위임 등 계약 명칭보다 실질적인 사업 종속성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겉으로는 개인사업자라도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종속적 관계라면 노동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의 판단 기준이 모호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재 실정이다. 결국 근로기준법에 따른 노동자의 정의가 사법부 판단에 달려있기 때문에, ‘모 아니면 도’ 식의 이분법적 지위라는 설명이다.

한편 노동조합법은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을 받지만, 사회보장 등 제도에서는 법령에 명시된 직종에 한정해 보호를 받는 등 적용 범위가 제각각이다. 결국 기존 법과 제도가 노동자와 자영업자 경계를 구분하지 못해, 노동자가 스스로 재판을 거쳐 지위를 입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화물연대와 BGF로지스 간 갈등 매듭에도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 지위 인정 문제가 쟁점으로 남은 배경이다. 법 테두리에서 해소된 갈등이 아니라서다. 다른 사업장에서 이번 사태와 유사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노동계는 개인사업자의 성격이 있더라도 최소한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당 경남도당 이장규 위원장은 “노동자성이 명확하면 노동자로 채용하고, 개인사업자성이 약간이라도 존재할 때는 최소한 고용보험 등 혜택을 일부 적용하도록 안전망이 작동해야 한다”며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 지위를 법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환석 기자 ch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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