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일상이 모여 완성된 완벽한 날들”… 부일시네마 시즌2, ‘퍼펙트 데이즈’로 마무리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히라야마(야쿠쇼 코지)는 도쿄의 공공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을 한다. 티캐스트 TCast 제공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 시즌2 마지막 상영회가 28일 열띤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다.
이날 오후 7시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에 모인 관객들은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2024)를 관람했다.
도쿄의 공공 화장실을 청소하는 히라야마(야쿠쇼 코지)의 일상은 지독할 정도로 규칙적이다. 옆집의 빗질 소리에 잠을 깨고, 출근 전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뽑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올드 팝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며 일터로 향하고, 퇴근 후에는 대중목욕탕에서 묵은 때를 씻어낸 뒤 단골 식당에서 하이볼 한 잔을 즐긴다. 쉬는 날에도 빨래방과 헌책방을 오가는 그의 삶은 단조롭기 그지 없다.
영화는 담담하게 그의 일상을 따라간다. 말수가 극도로 적은 남자 주인공은 마치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필름 카메라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코모레비'를 찍는 것이 유일한 취미다. 일본어로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뜻하는 이 단어는 바람과 빛, 시간이 완벽하게 맞물리는 오직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찰나의 빛을 의미한다. 이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매 순간의 다름을 발견하는 그의 시선을 대변한다.
고요하던 그의 세계는 조카와 여동생이 찾아오면서 큰 파동을 맞이한다. 히라야마는 그들이 떠난 후에도 루틴을 반복하며 자신의 삶을 묵묵히 이어나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출근길. 그의 얼굴에는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스친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거나 완전히 자유로워진 표정은 아니지만, 그는 여전히 오늘을 살아갈 준비를 한다. 이 복잡미묘한 표정은 삶이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된다는 것 그럼에도 하루는 다시 시작된다는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상영 직후 이어진 '커뮤니티 시네마'에서는 영화의 여운을 나누는 뜨거운 장이 됐다. 모더레이터로 나선 소리연구회 소리 숲 김지윤 대표는 “한 남자의 조용하고 단정한 일상을 따라가지만, 단순한 일상극이라기보다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끌어내는 영화”라고 운을 뗐다.
현장의 열기는 관객들의 진솔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서울에서 영화 일을 하다 부산으로 내려왔다는 한 관객은 “주인공의 반복되는 일상이 현재 나의 삶과 닮아 있어 깊이 공감됐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관객은 “주변은 모두 바쁘게 앞서가는데 나만 고여 있는 듯한 불안함이 있었지만, 주인공의 삶을 보며 내 현재를 투영하게 됐고 큰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서예 용어인 ‘선중유점(線中有點)’을 인용하며 영화의 메시지를 정리했다. 김 대표는 “수만 개의 점이 모여 하나의 선을 이루듯 주인공의 완벽한 날들(Perfect Days)은 결국 하루하루의 정성스러운 점들이 모여 완성된 것”이라며 “반복되는 일상이 우리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지탱해 주는 힘임을 믿고 오늘 하루만큼은 자신만의 소중한 루틴을 사랑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자신이 연주하는 국악(정악) 역시 단순한 선율을 수없이 반복하며 그 안에서 중용을 지키는 음악임을 밝히며, 영화의 철학과 맞닿아 있는 피리 연주를 선사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기며 행사의 막을 내렸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 진심 어린 감상을 공유한 관객 5명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담은 소정의 경품이 증정됐다. 앞으로도 소중한 소감을 나누는 관객들을 위해 다양한 경품 혜택과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BNK부산은행이 후원하는 부일시네마는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하반기에 시즌 3로 다시 관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행사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 모퉁이극장에서 열리며, 부산닷컴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를 통해 관람 신청이 가능하다. 참가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1인당 2매의 입장권을 제공한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