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경제] 미국의 ‘석유 패권’ 방어막, 미국이 되레 흔들고 있다
페트로 달러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발이 묶인 채 오만 무스카트항에 정박한 유조선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중동전쟁은 2주간 휴전으로 한숨 돌린 듯 했지만 종전 협상은 교착 상태다. 휴전 시한이 임박한 20일, 호르무즈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이같이 호르무즈해협은 전쟁 향방의 가늠자다. 지난달 해협을 막아선 이란은 중국 ‘위안화’로 거래된 원유에 대해 ‘안전한 통행’을 선언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페트로 달러’에 대한 도전장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페트로 달러는 국제 석유 거래를 미국 달러만으로 결제하는 체제다. 1970년대 금본위제 붕괴 후 미국이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를 보장해주는 대가로 석유를 미국 달러로만 거래한 것이 시작이다. 이는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잡고,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란의 선언으로 페트로 달러의 시대가 저무는 대신 ‘페트로 위안’이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달 말 인도·파키스탄 등 중국 위안화로 결제한 나라들의 배가 해협을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미국과 각을 세우다 축출된 정권은 공통적으로 페트로 달러에 도전한 바 있다. 2000년대 초반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석유 대금의 유로화 결제를 시도했고,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이 암호화폐 ‘페트로’를 만들어 맞섰다.
중국 역시 위안화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고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은 2024년에만 1억 850만t의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였다. 서방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산 원유는 러시아 루블화나 위안화로 거래되고, 이란산 석유 역시 중국이 주요 구매국이다. 석유 패권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전쟁이 오히려 페트로 달러 체제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