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자리 만들어 달라'는 부산 시민 호소 후보들 잘 새겨야
유권자 인터뷰 '일자리' '청년' '기업' 압도
6·3 지선 정치 아닌 '먹고사는 문제' 핵심
부산일보DB
부산 시민들이 지방선거를 통해 만들고 싶은 지역의 미래는 소박했지만 절박했다. ‘이 도시를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는 삶의 질을 보장해 달라!’ 〈부산일보〉가 6·3 지선을 40여 일 앞두고 시민 63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는 ‘부산을 떠나게 만드는 조건을 개선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부산의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키워드는 일자리였다. 교통 불편, 돌봄 부족 등 다양한 요구가 분출했지만, 삶의 기반을 결정하는 핵심은 안정된 일자리라는 점에서 전 연령대에서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압도적이었다. 이는 지역 정치가 정치 담론이나 대형 개발 이슈가 아닌 일상에서 체감하는 변화에 집중해야 함을 분명히 보여준다.
시민들이 토로한 지역의 현실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구조적 위기를 드러낸다.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면 그저 인구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소비 감소, 상권 침체의 악순환을 부르고 결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부메랑이 된다. 여성과 중장년층, 노년층은 경력 단절과 재취업의 벽에 부딪히는 것이 일상적이다. 교통 불편과 돌봄 부족도 일자리와 맞물려 있다. 산업단지 접근성이 떨어지면 기업 유치가 어렵고, 돌봄 서비스가 작동하지 않으면 마음 놓고 일터로 갈 수 없다.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는 청년 대책인 동시에 인구와 상권, 지역경제를 살리는 공통 열쇠인 셈이다.
그간 지방선거는 지역 유권자들의 기대와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거대 정당을 등에 업은 후보자들은 정치 공방 구도를 지역에서 재연하기 일쑤였으며, 대형 개발 사업과 장밋빛 청사진에 치중할 뿐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일할 곳이 없는 도시에서 활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시민 인식의 변화를 정치가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 일자리 관련 공약은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력에 허점을 드러냈고, 시민이 체감할 만한 변화를 이끌기에 부족했다. 유권자들은 지방자치가 주민 한 명 한 명의 삶을 바꾸는 ‘생활 행정’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4년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시민 인터뷰에서 ‘일자리’는 무려 46회 언급되면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청년’(25회)과 ‘기업’(19회)이 뒤따랐다. 성별과 연령대를 불문하고 ‘먹고사는 문제’를 으뜸으로 꼽은 것은 대한민국 제2 도시로서 뼈아픈 대목이다. 이에 대해 지역의 일꾼을 자처하며 나선 후보자들이 답해야 한다. 시민들은 ‘부산에서 계속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한다. 지역이 활력을 되찾고 주민의 삶이 바뀔 수 있는 도시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행정은 일자리 창출을 중심에 두고 산업, 교통, 돌봄, 문화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지선의 관전 포인트는 정당의 유불리가 아니라 지역민 삶의 질 개선을 둘러싼 경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