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창고 안 유증기 폭발 소방관 둘 안타까운 순직
전남 완도군 냉동창고 화재
진압 중 내부 고립됐다 숨져
12일 오전 전남 완도군 한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에서 불이 나 현장에서 화재 진압 작업을 하던 완도소방서 소속 A 소방위와 해남소방서 소속 B 소방사가 숨졌다. 연합뉴스
전남 완도군의 한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화재 진압 중이던 소방관 2명이 급격히 확산된 불길에 갇혀 순직했다. 소방당국은 진화 작업 중 천장에 고여 있던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한다.
1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5분 완도군 군외면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화재 진압을 위해 건물 내부로 진입했던 소방관 2명은 오전 9시 2분께 실종됐다. 당국은 즉각 수색에 나서 오전 10시 2분 완도소방서 소속 A(44) 소방위를, 이어 오전 11시 23분 해남소방서 소속 B(31) 소방사를 숨진 상태로 발견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1차 진압을 마친 소방대원들이 2차 진입을 시도하던 중 천장 부근에 머물러 있던 유증기가 폭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민석 완도소방서장은 “검은 연기와 불꽃이 솟구쳐 지휘팀장이 대피 무전을 쳤으나, 진입했던 7명 중 2명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증기는 기체화된 기름 성분으로 열이나 정전기를 만나면 폭발을 일으킨다.
이날 창고 화재는 작업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직후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진 업체 한 관계자는 구조 당시 “페인트 제거를 위한 에폭시 작업 중 토치(점화기)를 사용하다 불이 났다”고 진술했다. 특히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 탓에 불길과 다량의 흑색 연기가 순식간에 확산해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35분 만인 오전 9시께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102명과 장비 31대를 투입해 오전 11시 26분 진화를 완료했다. 당국은 화재 원인과 두 소방관의 정확한 순직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A 소방위는 10년 넘게 전남 지역 재난 현장을 누빈 베테랑으로, 슬하에 1남 2녀를 둔 가장이자 아버지였다. B 소방사는 임용된 지 3년 남짓 된 새내기 소방관으로, 오는 10월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랑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실종 소방관의 실종 보고를 받은 후 소방관의 구조를 위해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순직한 두 소방관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가장 위험한 현장으로 달려가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하셨다”며 “그 용기와 헌신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