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의 맛있는 여행] 기상이변과 벚꽃 개화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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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스포츠부 선임기자

온통 꽃 세상인 듯 했는데 어느 새 꽃들이 자취를 감춘 느낌이다. 벚꽃 때문이다. 벚꽃은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군락지를 찾지 않더라도 도심 하천이나 공원, 도로변, 심지어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런 벚꽃이 지난 주말부터 자취를 감췄다. 한꺼번에 피었다가 일시에 지는 벚꽃의 특성 때문이다. 주변에 핀 벚꽃을 보고 “조만간 벚꽃 구경 가야겠다”고 생각하다 차일피일 미루면 벚꽃은 어느 새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 매년 벚꽃의 개화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벚꽃 명소 지자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해마다 벚꽃의 개화 시기가 들쭉날쭉하면서 벚꽃 축제 기간을 연기하거나 앞당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자도 올해 벚꽃 취재를 하려고 경주를 갔다가 허탕을 쳤다.

예전엔 벚꽃 구경의 놓친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 기회가 있었다. 지역 이탈이다. 벚꽃 구경을 제대로 못한 남쪽 지역 사람들은 충청도나 수도권으로 가면 늦게라도 벚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기회조차 사라졌다. 벚꽃이 전국에서 거의 동시에 개화했기 때문이다.

전국 벚꽃 명소로 유명한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는 3월 말부터 진해군항제가 열렸다. 4월 초 진해 벚꽃은 절정을 이루며 찾는 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했다.

불과 이틀 뒤, 만개한 벚꽃은 서울에서도 볼 수 있었다. 기상청은 지난달 29일 벚꽃이 공식 개화(서울 기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6일 빠르고 평년(지난 30년 평균인 4월 8일)보다는 무려 10일이나 이르게 피었다. 수도권에서는 4월 2일부터 벚꽃이 만개했다. 남쪽 지역과 불과 하루 이틀 차이로 벚꽃이 활짝 핀 것이다.

이처럼 진해와 서울이 비슷한 시기 동시에 만개를 한 것은 벚꽃의 북상 속도가 과거보다 두 배나 빨라졌기 때문이다. 예전 서울의 벚꽃은 남쪽 지역 보다 2주가량 늦게 폈다. 하지만 최근에는 5일 차로 좁혀졌다.

개화 시기도 빨라졌다. 올해 처럼 3월에 개화한 건 관측 이후 5차례에 불과했는데, 이 가운데 4차례는 2020년 이후 집중됐다. 문제는 시기가 계속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 기후변화 때문이다. 벚꽃의 개화 시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개화 직전인 2~3월의 기온이다. 보통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먼저 꽃이 피어야 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로 전국에서 동시에 벚꽃이 피는 현상이 발생했다.

벚꽃의 전국 동시 개화는 생태계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상 기후로 꽃은 일찍 피지만 이를 매개로 하는 곤충의 활동은 충분하지 않고 먹이 사슬이 깨지면서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일상의 상당수가 변화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무감각하다. 자연이 주는 신호를 절대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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