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남부관광단지 꼬인 실타래 주민이 직접 푼다
거제 동·남부면 3대 주민단체장
‘추진위원회’ 결성, 정상화 고삐
지역 사회 공감대 형성에 집중
필요 시 집회 등 집단행동 불사
거제시 남부면 발전협의회 회의 모습. 협의회 제공
“경남도와 낙강유역환경청은 거제남부관광단지 사업을 조속히 승인해 주민생존권을 보장하라.”
낙후된 지역 발전을 이끌 마중물로 기대했던 대규모 개발 사업이 꼬박 7년째 표류하자 참다못한 주민들이 전면에 나서기로 했다. 지역 사회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시민 서명 운동부터 필요시 대규모 집회 등 집단행동도 불사한다는 각오다.
거제 동·남부면 대표 주민단체인 이장협의회와 발전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는 최근 ‘거제시 남부관광단지 동남부면 단체장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사업 정상화를 위한 총력전에 나서기로 했다. 추진위 임원은 각 단체 대표와 사무국장 그리고 감사 1명을 포함 총 13명이다. 맹상호 남부면발전협의회장과 박정대 동부면발전협의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이들은 남부관광단지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남부면은 물론 거제시가 꿈꾸는 관광객 1000만 시대 개막의 마중물이 될 핵심 프로젝트라는 점을 짚으며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정대 위원장은 “사업자의 추진 의지나 자금조달 계획도 확실한 사업이 지금껏 지연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이런저런 핑계 대지 말고 ‘조건부 승인’이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제남부관광단지는 남부면 탑포리와 동부면 율포리 일대에 복합휴양레저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면적 369만 3875㎡(해면부 39만 8253㎡ 포함), 국제경기용 축구장 450개를 합친 크기로 경남에선 가장 크다. 2017년 거제시가 사업계획을 수립해 2019년 경남도 도시계획심의를 통과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그런데 환경단체 반발에 환경부(현 기후환경부)가 사업 대상지 중 개발이 불가능한 ‘생태 보호 구역’ 범위를 늘렸다 줄이기를 반복하면서 사업 추진에 애를 먹었다. 그러다 2024년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이어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 산하 중앙토지수용위원회심의까지 통과하며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경남도 조성계획 승인만 남은 상황에 대흥란 서식지 보호 방안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면서 다시 하세월이다. 대흥란은 기후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한 야생화다. 사업자는 대흥란 군락을 개발 부지 밖으로 이식한 뒤 개체 수가 줄면 증식해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환경단체는 거부했다. 국내에선 대흥란 이식 사례가 없는 데다, 환경 변화에도 민감해 다른 자생지로 이식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만큼 원형 보존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활동 모습. 부산일보DB
여기에 사업 반대 운동을 벌여온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이 경남도지사를 상대로 한 관광단지 지정 무효 소송과 함께 기후부, 낙동강청, 경남도, 거제시청 등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까지 청구하면서 일이 더 꼬였다.
반면, 추진위는 “그 무엇도 주민 삶보다 우선할 순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맹상호 공동위원장은 “남부관광단지는 단순한 개발 사업이 아니라 노인만 남은 남부면에 마지막 희망을 살리는 불빛이자 생명선”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실제 남부면은 과거부터 험한 산세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졌던 ‘오지 중의 오지’다. 각종 개발사업에서도 배제돼 변두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지금도 각종 생활 인프라가 부족해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마땅한 소득 기반도 없어 인구 유출과 고령화만 심화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2000명을 훌쩍 넘던 인구는 올해 3월 기준 1379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마저도 65세 인구가 절반이다. 이을 타개할 절호의 기회가 바로 남부관광단지라는 게 추진위 설명이다.
[{IMG02}]사업자 측 분석을 보면 7년여로 추정되는 건설 기간 총 9584억 원 상당의 경제 유발 효과와 5321명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완공 후 운영에 들어가면 상가와 숙박, 운동·오락시설을 통해 연간 214만여 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20년간 6조 660억 원 상당의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시설 운영·관리를 위해 65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계획인데, 지역 주민에게 우선권을 준다.
맹 위원장은 “2030년을 전후해 개통, 개항하는 철도와 항공 시너지를 거제가 제대로 누리려면 이를 수용할 관광단지가 필수”라며 “진정한 주민 목소리가 행정에 반영되도록,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우리 힘으로 우리의 미래를 지켜 나가기 위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활동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