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떼고 ‘도세호’ 카드 꺼냈지만…삼립, 또 손가락 절단 사고
사명 변경·대표 교체 무색한 ‘안전 불감증’
1년 새 시화공장서 3건 사고…현장 관리 체계 붕괴
도세호 삼립 각자 대표이사. 삼립 제공.
사명을 바꾸고 안전 전문가를 수장으로 앉히며 대대적인 쇄신을 약속했던 삼립(옛 SPC삼립)이 또다시 피로 물들었다. 불과 1년 사이 같은 공장에서 세 번째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서 삼립의 ‘안전 경영’이 허울뿐인 구호에 불과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날 0시 19분께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삼립 시화공장 햄버거빵 생산라인에서 근로자 2명의 손가락 일부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생산직 근로자들이 식사로 자리를 비운 사이 컨베이어의 센서가 오작동하자 작업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경찰은 공장 내부 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삼립의 반복적 참사가 불러온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삼립 시화공장에서는 지난 1년 동안에만 이번 사고를 포함해 3건의 인명 사고가 났다. 지난해 5월에는 시화공장 크림빵 생산라인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비극적인 사고가 있었다. 올해 2월에는 식빵 생산라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일부 직원이 연기를 들이마시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 공장에서 인명 사고가 지속적으로 터지면서 안전장치 점검과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삼립 시화공장. 삼미당홀딩스 제공.
이번 사고가 더욱 뼈아픈 이유는 삼립이 최근 단행한 대대적인 리더십 개편 직후 발생했기 때문이다. 삼립은 지난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회사명에서 ‘SPC’를 삭제하고 도세호·정인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도 대표는 안전 경영과 노사 분야를 두루 거친 ‘안전 전문가’로 통한다. 현장 중심의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조직 전반의 안전 문화를 재정립하겠다는 특명을 받고 선임된 인물이다.
그러나 취임 직후 삼립 시화공장에서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명만 바꾸고 대표를 앉혔을 뿐 현장 안전 시스템은 변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실제로 도 대표는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시화공장 사망사고를 인재로 규정하고 안전 인력 확충과 시스템 정착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삼립의 ‘안전 경영’에 대해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감경 조항’을 정관에 신설한 탓이다. 이사의 배상 책임을 최근 1년간 보수액의 6배, 독립이사는 3배 이내로 제한한 것이 핵심인데, 이사의 법적 책임에 상한선을 둔 셈이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의 경우 신설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아놓긴 했지만 입증 책임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주요 경영진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길로 작동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도 대표는 허영인 삼미당홀딩스(옛 SPC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의결권자문 역시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감경 조항에 대해 ‘반대’ 권고 의견을 낸 바 있다. 삼립 등 삼미당홀딩스 계열사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로 인해 사회적 논란이 있었고, 소비자 신뢰 회복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사의 책임을 제한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삼립은 부상 당한 직원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삼립 관계자는 “부상을 입은 직원과 가족분들께 위로를 전하며 치료와 조속한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