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통행료 내고라도 나가고 싶지만 미국 제재 선박 될라 ‘전전긍긍’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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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고립된 한국 선박
막대한 운영비보다 통행료가 싸
정부 명확한 지침 없어 선사 혼란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 합의됐지만 고립됐던 유조선 등 선박들이 당장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오만 무스카트 항구에 정박한 유조선 칼리스토호.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 합의됐지만 고립됐던 유조선 등 선박들이 당장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오만 무스카트 항구에 정박한 유조선 칼리스토호.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하며 중동 긴장이 완화 국면에 접어든 듯했지만,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불안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통행료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가이드 라인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선사는 통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게다가 이란이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통행료를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업계에는 통행료 지급과 관련해 미국 제재 선박으로 지정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9일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아직 호르무즈해협 통항 계획을 수립한 선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해수부는 지난 8일 오후 현지 고립 우리 국적 선박에 대한 ‘운항 자제 권고’를 유지하면서도, 선사가 자율적으로 통항 계획을 수립해 운항할 수 있도록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통행료와 관련한 정부의 명확한 지침이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선사들은 섣불리 통행을 시도하기 어렵다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선사들은 통행료를 지급했다가 자칫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우려한다. 8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사전 통행료 협의를 요구하면서 결제 수단으로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를 지목했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가이드 라인 없이 통행료를 냈다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경우, 달러 결제망에서 퇴출돼 운임 수취가 불가능해지는 등 치명적인 리스크를 안게 된다”며 “누구도 명확한 입장이나 설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선사에 판단을 맡기고 있는데, 선사들이라고 운항 여부를 쉽게 결정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선사들은 그간 불어난 선원 임금에 더해, 평시 대비 10배 가까이 치솟은 전쟁 보험료까지 떠안으며 매일 막대한 운영비를 감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기준 호르무즈해협 등 전쟁 위험 지역에 진입해 계약이 갱신된 선박보험은 26건이고 보험료는 최대 10배 상승했다. 또 전쟁위험구역 지정에 따른 선원임금 상승 등 호르무즈에 고립된 시간이 늘어날수록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선사들은 전쟁에 따른 각종 비용을 부담하는 것보다 차라리 통행료를 내고 해협을 서둘러 빠져나가는 게 경제적이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정보 부족으로 쉽사리 통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해수부는 외교부 등을 통해 통행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 중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실시간 모니터링 결과, 호르무즈해협을 오가는 선박은 하루 5척 내외로, 대부분 화주나 선사, 선적이 중국 등 이란과 우호적인 국가와 연관된 선박이었다”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가 휴전 발표 이후 섣불리 배를 움직이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해협 개방이 불투명해지면서 선박 대기 기간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협 내측에 발이 묶인 우리 국적 선박은 26척, 선원은 173명이다.

원유운반선 9척과 석유 제품 및 케미컬 운반선 8척, LNG운반선 1척, 기타 벌크선, 컨선, 중량물운반선 등 8척이 포함됐다. 이 중 원유(쿠르드 오일)를 싣고 해협을 빠져나와 우리나라로 입항할 예정인 국적선사 원유운반선은 4척이며, 여기에는 원유 약 1400만 배럴이 실려 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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