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3분 휴식' 분수령
스포츠 경기에서 잠깐의 휴식이나 멈춤은 흐름을 뒤집는 분수령이 되곤 한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벌어진 2005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 리버풀 FC와 AC 밀란의 맞대결은 그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전반이 끝났을 때 스코어는 0-3, 승부는 AC 밀란으로 기운듯했지만 하프타임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리버풀은 전술을 재정비했고, 선수들도 새롭게 결의를 다졌다. 그리고 후반 시작 6분 만에 세 골이 잇따라 터졌다. 연장전에 이어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리버풀은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는 축구사에 명승부로 회자되는 ‘이스탄불의 기적’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경기 중 짧은 휴식 시간이 늘어날 전망이다.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FIFA는 본선 참가국에 공문을 보내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Hydration Break) 도입을 알렸다. 이는 전·후반 각각 22분을 전후해 3분간 휴식을 부여하는 것으로, 사실상 경기가 4쿼터처럼 나뉘는 구조가 된다. 표면적인 목적은 선수 보호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고온 환경과 체력 소모 증가 속에서 수분 보충과 체온 조절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논란도 적지 않다. 경기 흐름이 끊겨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팬들의 불만도 크다. 이 시간이 방송사와 스폰서에게 새로운 광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상업적 의도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는 월드컵이 점점 자본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지적과 맞닿아 있다. 물론 선수 건강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경기 흐름이 끊기는 대신 코치진이 개입할 여지도 더 커진다. 농구의 작전 타임처럼 각 팀 벤치의 지도력과 용병술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이렇게 보면 3분은 단순히 ‘물 마시는 시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미 그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과 코트디부아르와의 월드컵 평가전 경기 역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전반전 잠시 주도권을 잡았던 한국은 브레이크 이후 흐름을 내줬고,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다. 단 3분의 휴식이 경기의 방향을 바꾼 셈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3분이 또 다른 반전을 쓸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 안에 상황을 읽고 전술을 수정하며 집중력을 되살리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월드컵을 앞둔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그 짧은 3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다. 바로 그 점이 이번 월드컵의 또 다른 승부처가 될 것이다. ‘3분’을 준비하라.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