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시금치 ‘보물초’ 가격 폭락… 농민 ‘한숨’
설 명절 대비 평균가 82% 폭락
최저가 200원…껌값도 안 돼
가을장마·봄나물 출하 등 여파
시금치 가격 등락 대비 나서야
남해군 이동면의 한 시금치 밭. 시금치 가격이 폭락하면서 밭을 갈아엎은 상태다. 김현우 기자
경남 남해군 대표 작물인 시금치 ‘보물초’ 가격이 불과 한 달 만에 4분의 1 이하로 폭락했다. 인건비도 건지지 못한 농민들은 아예 밭을 갈아엎고 있다.
30일 남해군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보물초 평균 가격은 kg당 1178원이다. 설 명절 직전인 지난달 13일 평균가는 5564원이었는데, 불과 한 달여 만에 4386원, 80%가량이 떨어졌다. 최고 가격과 최저 가격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최고가 7000원, 최저가 2200원이었던 것이 각각 2900원, 100원으로 수직 하락했다. 농민들은 기가 차다는 반응이다.
한 시금치 재배 농민은 “시금치 열심히 따봐야 껌값도 안 된다. 다른 작물도 아니고 지역 대표 작물인데 너무 속상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보물초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남해군 시금치 브랜드다. 따뜻한 기후에 해풍을 맞고 자라 일반 시금치보다 당도가 높고 식감이 아삭하다. 전국 미식가들이 찾다 보니 가격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보물초 농사로 수익을 올리는 건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일반적으로 시금치는 겨울에 높은 가격을 유지하다 봄이 되면 가격이 내려간다. 하지만 올해는 등락폭이 예년보다 훨씬 심한 편이다. 지난해 이맘때 보물초 평균 가격은 2000원 이상을 유지했지만 올해는 1000원 안팎에 불과하다. 심지어 지난 10일에는 평균 단가가 kg당 726원에 그치기도 했다.
보물초는 노지에서 재배되는 데다 농민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이다. 노동 강도가 센데 날씨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작물이라 병해에도 취약하다. 여기에 비료나 포장지 등 제반 비용까지 고려하면 kg당 평균 경매가격이 최소 2000원 이상은 돼야 수익이 나는 구조다. 뼈 빠지게 일해도 수익은커녕 본전조차 못 건지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일부 농민들은 수확을 포기하고 아예 밭을 갈아엎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농민은 “대부분 시금치 재배 농민들이 고령이다. 힘겹게 농사를 짓는데 본전치기도 못 하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다 보니 빠르게 밭을 갈아엎고 다른 작물로 넘어가는 농민들이 많다. 일부 농민들이 밭을 갈아엎었기 때문에 지금 가격이 소폭 상승했지만 그래도 2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금치 가격이 폭락한 것은 지난해 가을장마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말 파종을 한 뒤 10월 초에 많은 비가 내리며 습해가 발생했다. 농민들은 장마가 끝난 뒤 그 위에 재파종을 했는데 최근 부쩍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며 수확량이 단기간에 폭증한 것이다. 실제 3월 초까지 출하 물량은 지난해 대비 5배 넘게 늘었다.
여기에 올해 봄동을 비롯한 다른 봄나물이 인기를 끌었고 수확량도 크게 늘어 시금치 인기가 빠르게 식은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남해군 관계자는 “해마다 봄이 되면 시금치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올해는 낙폭이 좀 더 큰 게 사실이다. 시금치 출하량이 급등한 데다 다른 봄나물이 인기를 끌었던 것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남해 시금치 경매가의 급격한 등락 방지를 위해 농협이나 행정이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남해군 농민회 관계자는 “농협은 시금치 경매를 통해 연간 1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 그렇다면 책임도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홍수 출하를 막기 위해 수급 조절에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