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방산 약진, 자주국방 넘어 산업생태계 지평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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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속 KF-21 출고 세계 4대 방산국 쾌거
동남권 성장 동력 입증, 국가 전략 육성을

KF-21 양산1호기 모습. 한국사진기자협회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KF-21 양산1호기 모습. 한국사진기자협회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국산 전투기 KF-21(보라매) 양산 1호기가 25일 출고됐다. 우리가 독자 개발했다는 점에서 항공우주 강국이자 세계 4대 방산 국가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쾌거다. 한국이 세계에서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를 갖기까지는 위기와 반전의 연속이었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의 개발 선언 이후 기술·자금력 우려로 “무모하다”는 반대·회의론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은 안보 자산이라는 핑계로 약속했던 레이더 기술 공여를 거부했고, 공동 개발을 하던 인도네시아는 분담금 약정을 파기했다. 하지만 한국은 오뚝이처럼 일어나 끝내 자주국방의 이정표를 세웠다. 기술 혁신의 산실이 경남 사천이라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조선·방산·항공우주·기계산업이 촘촘히 얽힌 동남권 산업생태계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KF-21은 노후화된 F-4, F-5를 대체하고 고성능 전투기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다. 2021년 4월 시제기가 나온 뒤 불과 5년 만에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올가을 공군에 배치될 예정이다. 표류나 좌초 고비를 뚫고 되레 개발 기간을 1년 6개월 단축한 데서 K방산의 저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같은 날 경남 거제에서 건조된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사상 처음으로 태평양 횡단에 나선 것도 상징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마침내 대한민국의 땅과 바다에 이어 하늘에서까지 우리 기술과 의지로 평화를 지키는 무기를 보유하게 됐다”고 감격한 것도 이유가 있다.

국민 성금으로 전투기를 구해야 했던 약소국에서 초음속 전투기를 실전에 배치하는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올라선 것은 관련 연구진과 기업, 정부가 합심해 이뤄낸 성과다. 산업적으로는 방위 산업 혁신 클러스터가 형성된 동남권의 유기적 생태계가 주효했다. 방산과 항공우주에 조선 분야까지 골고루 갖춰진 경남과 정유·자동차 산업의 울산, 항만·물류·해양 산업의 부산이 연계되면서 발휘되는 시너지 효과는 적지 않다. 미래 산업의 핵심 기반 측면에서 동남권이 국가 성장축으로 도약할 잠재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까지의 성공을 뛰어넘는 혁신 성장을 위한 국가 전략이 절실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사태를 계기로 경쟁력이 입증된 K-9 자주포와 천궁-Ⅱ 지대공 미사일은 ‘수출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KF-21의 등장으로 K방산 수출은 육지에서 하늘로 뻗어 나가게 됐다.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성능 고도화 등 기술 개발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방위 산업 생태계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이다. 일부 대기업의 실적 개선에 그쳐서는 안 되고 지역 중소 협력업체로 기술과 이익이 확산하고, 지역 청년 일자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급망 재편, 기술 이전, 인력 양성 정책을 재구성해야 한다. K방산의 지평을 지역과 전 산업 분야로 확장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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