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눠 먹기식 금융중심지, 멀어지는 '금융 허브'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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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세 번째 지정 기정사실화 의구심
일관성 잃은 분산 정책 모두에 악영향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은 2009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이후 부산은 부산국제금융센터를 구축하는 등 서울과 차별화된 해양과 파생금융 위주의 특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부산 금융중심지 성장은 더디다. 이전 민간 금융기관이 전무한 데다 정부와 여당이 한국거래소 코스닥 분리를 추진하면서 부산은 빈껍데기 금융중심지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 금융사들이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자리한 전주에 사무소를 잇따라 개소했다. 이와 관련, 전북은 지난 1월 금융위원회에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을 신청했다. 정부가 나눠 먹기식 정책을 기정사실화했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해외 금융사인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에 이어 블랙록이 국민연금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상시 소통 채널을 구축할 목적으로 최근 전주에 사무소를 열었다. 골드만삭스도 전주 사무소 개설을 검토 중이다. 국내 금융권도 KB금융그룹이 전북에 ‘KB금융타운’ 조성을 발표한 데 이어 신한금융 등도 전북에서의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전주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전북 자산운용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면 부산으로서는 지난 17년 동안 공들인 금융 기반이 흔들리면서 ‘글로벌 금융 허브’ 도약이라는 비전도 힘을 잃을 것으로 우려된다.

부산은 현재 강력 반발 중이다. 이대로 가면 부산 금융중심지의 위상과 기능 저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23일 국회를 방문해 정부가 추진하는 제3 금융중심지 지정에 대해 “국가 금융 경쟁력을 저해하는 나눠먹기식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합당한 지적이다. 금융정책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국가 전체 금융 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무척 큰 금융중심지 분산 정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다. 더욱이 이미 전북의 금융중심지 계획은 2019년과 2021년에도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국가 정책이 일관성을 잃을 때 혼란만 가중된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역사적 교훈이기도 하다.

전북 금융중심지 재지정 여론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연금공단 이전 효과 확대를 주문하면서 점화됐다. 이 대통령의 당부는 수도권 일극 타파와 지역 균형발전 취지에서 무척 합당하다. 하지만 부산 금융 생태계가 안정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전략 중첩이 불가피한 제3 금융중심지를 만드는 것은 균형발전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떡고물을 나누듯 금융기관을 분산하는 것은 부산과 전북 모두에 장기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뿐이다. 가뜩이나 산업은행 이전 약속이 불발되면서 부산 민심은 극도로 격앙되어 있다. 금융허브 도약은 부산 발전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정부가 정치 논리를 빌미로 부산의 미래를 짓밟지 않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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