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금메달보다 힘든 수영장 수강권
매달 20일 무렵 오전 7시, 우리 집 거실은 올림픽 결승전 못지않게 긴박해진다. 스마트폰과 마우스를 쥔 채 시계 초침을 바라본다. 6시 59분 59초, ‘지금이다’ 싶어 클릭을 이어가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다. 이내 화면을 채운 ‘마감되었습니다’라는 문구에 한 달간의 기다림은 단 몇 초 만에 허사가 된다. 어느덧 1년째 등록에 실패하고 있다.
이쯤 되면 수강 신청이 아니라 이른바 ‘수영장 고시’에 가깝다. ‘금메달보다 따기 힘든 공공 수영장 입장권’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게 느껴진다. 이러한 상황이 부산 전역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크다.
인근 지역에 사는 지인은 신청 기간 여유롭게 ‘등록 신청’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추첨제를 이용하고 있다. 같은 공공시설을 두고도 누구는 결과를 기다리는 방식이지만, 누구는 순간적인 클릭 속도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은 형평성 측면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해 가까운 수영장을 두고도 다른 지역 시설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선착순 방식은 정보 접근이 어려운 이들이나 이른 아침 생업 현장으로 향해야 하는 시민들에게 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손이 느리면 운동도 하기 어렵다”는 말이 단순한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공공시설이 지향해야 할 가치는 ‘공정한 기회’에 가까울 것이다. 구군별로 서로 다른 운영 방식을 유지하기보다 보다 많은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예컨대 추첨제 확대와 같은 방안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달 신청일에는 긴장 속 클릭 경쟁 대신, 공정한 절차를 믿고 결과를 기다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집 가까운 수영장에서 편안하게 물살을 가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김영은·부산 사하구 신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