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인 계획 위해 배달원 복장으로 수시로 아파트 드나들어 (영상)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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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미행 중 범행 직전 6개월간
배송 기사 사칭해 초인종 눌러
범행 대상자 거주지 일일이 확인

50대 항공사 기장 흉기 피습 사망 현장 조사. 부산일보 DB. 김종진 기자 kjj1761@ 50대 항공사 기장 흉기 피습 사망 현장 조사. 부산일보 DB.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에서 현직 항공사 기장을 살해하고, 경기 고양과 경남 창원에서도 같은 항공사 기장을 노려 범행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50대 전직 부기장(부산일보 3월 18일 자 8면 등 보도)이 택배기사로 가장해 피해자들의 자택 주소를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약 3년간 범행 대상 4명을 추적하며 동선을 분석했고, 최근 수개월간 동안에는 택배 배달원을 사칭해 주거지를 수차례 방문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19일 <부산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살인 혐의로 지난 17일 검거된 50대 남성 A 씨는 배송업체 직원으로 신분을 위장해 약 6개월 동안 모 항공사 기장 4명 자택을 방문했다. A 씨는 약 3년 동안 이들 범행 계획 대상자 4명을 미행해 왔다. 퇴근길에 자차를 이용하거나 도보로 이들을 따라가며 자택 위치를 파악했다. 그러다 이들의 상세 주소를 알아내고자 범행 약 6개월 전부터는 배송업체 직원으로 위장했다.

A 씨는 택배기사로 보이도록 복장을 갖추고 물품을 들고 아파트에 들어갔다. 이어 각 세대의 초인종을 눌러 범행 대상자의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신을 배송업체 직원이라고 밝히며 해당 인물이 이곳에 거주하는지 주민들에게 물어봤다. A 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범행 대상 4명의 자택을 반복 방문하며 범행 계획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범행이 발생한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 주민은 “아파트 보안이 철저한 편이어서 외부인이 공동 현관으로 쉽게 들어갈 수 없다”면서도 “범인이 경비업체의 눈을 속이기 위해 택배기사로 위장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초인종을 눌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17일 오전 5시 30분께 이 아파트에서 모 항공사 소속 50대 기장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그는 같은 항공사 소속 기장 C 씨도 살해하기 위해 경남 창원으로 이동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앞서 A 씨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한 주거지에서도 또 다른 기장 D 씨를 습격해 도구로 목을 졸라 살해하려 하기도 했다. 그러나 A 씨의 범행은 D 씨의 강한 저항으로 실패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20일 오후 2시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다. 법원은 이날 심문에서 B 씨 살해 혐의에 한해 구속 필요성을 판단할 예정이다. A 씨의 일산 지역 또 다른 기장 D 씨 살해 시도 혐의(살인미수)는 부산진경찰서가 고양 일산서부경찰서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뒤 본격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한편 지난 17일 오후 8시께 울산 남구의 한 모텔에서 긴급 체포된 A 씨는 현재 부산진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검거 당시 모텔에서 샤워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A 씨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수감 첫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정도로 제대로 잠에 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끼니는 거르지 않고 있으며, 수감 중 추가 요구 사항을 제시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자신의 범행에 대해 죄책감을 전혀 느끼고 있지 않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그의 신상 공개 여부도 논의할 방침이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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