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국민 실속 고등어'
고등어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생선이 있을까. 입맛에 따라 최애 생선은 다를 수 있지만, 굵은 천일염 척척 뿌려둔 손바닥 두세 배 크기의 고등어를 연탄불이나 후라이팬에 구워낸 고등어 구이, 그걸 마다할 사람은 없다.
고등어는 구이, 조림, 찌개, 회 등으로 요리해 먹는다. 조선 광해군 때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고등어를 두고 “동해에서 나는데 내장으로 젓을 담근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물론 고등어 내장젓은 귀해 통영 욕지도 같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먹는다. 귀한 걸로 치자면 고등어회도 으뜸이다.
그래도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고등어 요리는 역시 구이와 조림이다. 부산 남포동 뒷골목에 줄지어 영업했던 고갈비집의 추억이나, 안동 ‘간고등어’를 맛있게 기억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무와 감자를 깔고 토막 썬 고등어에 갖은 양념을 올려 졸인 고등어조림과 김치와의 조합이 일품인 고등어찌개도 빼놓을 수 없다.
고등어가 대중에게 널리 소비된 것은 20세기 초 근대식 어로 기법이 보급되면서부터다. 고등어는 연근해에서 멸치 다음으로 많이 잡히고 값도 싼 편인 데다 영양 성분도 우수하다. 특히 남해 이남에서 잡히는 참고등어는 지방이 많아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그런데 요즘엔 예전만큼 큰 사이즈의 고등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집에서 생선 요리를 직접 해먹는 일도 줄었지만, 문제는 ‘우리가 사랑했던 그 큼직한 고등어’가 마트나 시장에 나오지도 않는다는 거다. 수십 년간 이어진 기후변화로 국내 연근해 수온이 꾸준히 상승했고, 씨알 굵은 고등어는 점점 잡히지 않는다.
2000년대 이후에는 국내 연근해 고등어만으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수입돼 우리 식탁에 올랐다. 맛이 미묘하게 달랐지만 크기만큼은 안도감을 줬다. 그런데 이마저 지난 1월 노르웨이가 고등어 어획 쿼터를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인다고 발표하면서 수출 물량이 급격히 적어지고 가격도 올라버렸다.
해양수산부가 이달 말부터 대형 마트에 300g 내외의 소형 고등어를 ‘국민 실속 고등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해수부 직원들의 블라인드 시식회에선 크기 차이에 비해 맛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과연 국민 실속 고등어는 소비자 선택을 받을까. 한 젓가락에 가득 잡히던 뽀얗고 통통한 고등어 살은 이제 기억 저편으로 떠나보내야 하나. 아쉬움만 가득하다.
김경희 해양수산부장 miso@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