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엔 공감하나…” 분권 법안 '만년 보류' 신세 [다시, 지방분권]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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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속기록 발언 살펴보니

윤영석·박수영·박성훈 의원 등
지역 의원 호소에도 논의 공회전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박수영 간사를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이날 상정된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박수영 간사를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이날 상정된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의 절박한 호소는 관련 법을 만들 국회에서도 가로막히곤 한다. 실질적 지방 분권을 위해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안을 제시해도 정부와 수도권 의원들 시선은 싸늘할 때가 빈번하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는 비수도권 법인세 차등 적용과 가업상속공제 확대 법안 등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당시 속기록을 보면 지역과 수도권 의원들의 인식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경남이 지역구인 윤영석 의원(양산시갑)은 ‘법인세 지역별 차등 적용 법안’에 반대하는 기획재정부 등을 질타했다. 그는 “20대, 21대, 22대 국회에서 계속 발의됐는데 기재부는 항상 똑같은 입장”이라며 “지방 법인세 제도 등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개선해야 하는데 기재부는 요지부동”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기업들을 지방으로 이전하게 하고, 세제 지원으로 규모를 키우게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을 수 없다”며 법안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세소위 위원장인 박수영 의원(부산 남구)도 “경기도 부지사 할 때 해외 기업 유치를 하러 가면 부산, 전남에서 내놓는 안이 경기도랑 똑같다”며 “(지역에) 인센티브가 하나도 없으니 외국 투자 기업들은 당연히 경기도를 희망한다”고 진단했다.

박성훈 의원(부산 북구을)도 “제조업을 영위하던 분들이 높은 상속세와 법인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지방소멸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극화와 지방소멸 문제는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지방 이전 혜택 등이 현명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의원들 호소에도 기획재정부 입장은 단호했다. 이형일 기재부 제1차관은 “법인세는 국세고, 모든 지역에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게 원칙”이라며 “지역별 세율 차등은 항구적 세수 감소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지방 법인세 탄력세율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실제 조례로 활용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도권 의원들 반응도 미지근했다. 오기형 의원(서울 도봉구을)은 “(가업상속공제 확대는) 전체적으로 세습 사회로 가는 것”이라며 “가업상속공제보단 일자리나 산업 생태계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김영환 의원(경기 고양시정)도 “가업상속공제 자체가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며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지방 분권에는 공감한다고 했지만, 정작 다른 해결책을 빌미로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틀간 관련 논의는 이어졌지만, 결국 결론은 나지 않았다. 박수영 의원은 “금방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두고두고 장기적으로 고민해 보겠다”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실질적 지역 분권을 위한 법안 논의는 다시 공회전하면서 진전 없이 보류됐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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