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28년 유엔해양총회, 부산서 개최하자
박한일 양현재단 이사장 전 국립한국해양대 총장
해양 행정·산업·물류·지식 중심지
국제 행사 성공 MICE 인프라 강점
해양수도 부산 위상 국제사회 인정
K해양 명성 세계 알릴 결정적 전기
북항 재개발 가속화로 뒷받침해야
2025년 6월 9일부터 13일까지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제3차 유엔해양총회(UNOC3) 장면.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0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2028년 유엔해양총회(UNOC) 개최국이 대한민국으로 확정된 것이다. 190여 개국 정상과 해양 전문가 1만 5000여 명이 모이는 이 총회는 ‘해양 올림픽’이라 불릴 만큼 상징성과 영향력이 크다. 이제 다음 과제는 국내 개최 도시를 정하는 일이다. 해양수산부는 공모를 거쳐 올해 상반기 중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유엔해양총회 개최지는 단순히 국제회의장을 제공할 도시를 선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 총회는 인류가 직면한 해양 문제를 논의하는 글로벌 정책 플랫폼인 만큼, 개최 도시는 대한민국이 어떤 해양 국가이며 어떤 미래 해양 질서를 지향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부산은 가장 설득력 있는 선택지다. 대한민국 해양 경제의 중심이자 정책과 산업, 지식이 집적된 도시가 바로 부산이기 때문이다. 최근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해양 행정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수도권 중심이던 해양 정책의 축이 실제 해양 산업이 작동하는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정책과 실행의 간격이 크게 좁혀졌다. 이는 부산이 사실상 국가 해양 행정의 중심 도시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부산의 가장 큰 강점은 높은 수준의 해양 지식과 인프라다. 한국해양대와 부경대 등 국립 해양 특성화 대학을 비롯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핵심 국책 연구 기관이 밀집해 있다. 정책·연구·교육이 한 도시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드문 해양 지식 생태계다. 산업 기반 또한 세계적 수준이다. 부산항은 글로벌 환적 허브이자 국제 물류의 핵심 거점이며 해운·조선·해양 서비스 산업이 긴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스마트 항만과 친환경 선박, 해양 바이오 등 미래 해양 산업도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APEC 정상회의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 대형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MICE 인프라도 잘 갖추고 있다. 부산은 또한 북극항로 시대의 전략적 거점이다. 기후변화로 열리는 북극항로는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다. 2028년 유엔해양총회는 부산이 첨단 해양 산업을 선도하는 ‘북극항로 허브‘임을 세계에 보여줄 중요한 무대가 된다.
부산은 오랫동안 스스로를 ‘해양수도’라 불러왔다. 그러나 그것이 국내적 슬로건에 머문 측면도 있었다. 해양 산업과 지식 기반은 충분했지만, 세계 해양 정책 논의의 중심이자 해양 설루션(Ocean Solution)의 도시로 인식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유엔해양총회의 부산 개최는 의미가 크다. 해양수도라는 이름이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위상으로 확인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10월에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주도하는 세계 해사의 날 기념행사가 부산항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애초 서울 개최 예정이었으나 해수부 이전과 함께 부산으로 옮겨졌다. 전 세계 170여 개국의 장관급 인사와 해양 리더들이 부산을 찾는다. 이는 부산이 이미 국제 해양 거버넌스의 주요 무대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다만 아쉬움도 있다. 세계의 해양 리더들이 부산으로 모이는 이 시점에 정작 부산의 상징적 해양 공간인 북항 재개발은 지극히 지지부진하다. 북항 재개발은 단순한 도시 개발이 아니라 부산이 세계 해양도시로 도약하는 상징적 프로젝트다. 반복된 청사진과 구호만으로 도시의 미래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시민들에게 오히려 희망 고문만 남길 뿐이다. 이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실행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부산의 해양수도 위상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인정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해수부 이전에 이어 6개 해양수산 공공기관과 HMM 등 해양 기업들의 부산 이전도 뒤따를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올해 10월 세계 해사의 날 행사에 이어 2028년 유엔해양총회가 부산에서 열린다면, 부산은 명실상부한 세계 해양수도로 세계인들에게 각인될 수 있다. 동시에 K해양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 전기가 될 것이다.
유엔해양총회 개최 도시 결정은 지역 경쟁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문제다. 해양 정책·산업·지식 역량이 집적된 도시, 바다와 함께 성장해 온 도시가 그 무대를 맡아야 한다. 바로 부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