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석유 파동, K조선의 기회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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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70년대 1·2차 석유 파동을 겪고도 고도 성장한 데에는 LNG(액화천연가스)라는 대체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동남아·호주로 수입국이 다변화되면서 중동 석유 의존도가 낮아진 것이다. 일본은 영하 163도를 유지한 탱크를 싣고 대양을 건너는 일은 무모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LNG 운반선 시장을 개척한 데 이어 장기간 독점했다.

LNG는 600배 압축되기 때문에 폭발 위험이 크다. 자연기화율(BOR)에 따라 탱크에 가스가 차오르기 때문이다. 팽창 압력을 통제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초기엔 증발한 가스를 태우며 바다를 건너다가 일본이 스팀터빈을 돌리는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상용화하면서 해양 수송이 본격화했다.

한국은 90년대 LNG선 건조가 시작된 뒤 획기적인 기술 혁신이 잇따르면서 일본을 추월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이 원형 탱크를 적재한 모스 운반선으로 선두를 차지했고, 이어 대우조선해양이 공간 효율을 높여 적재량을 늘린 각진 멤브레인 화물창을 개발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삼성중공업은 스팀터빈을 버리고 DFDE(이중연료 디젤전기) 추진 방식을 개발해 운송비를 낮췄다. 저장 용량이 3만 5000㎥에서 21만~27만㎥급으로 초대형화되고, 기화되면 재액화시키는 기술까지 개발됐다.

LNG 생산 대국 카타르가 지중해와 대서양을 횡단해 미국까지 가는 장거리 선박을 발주하면서 한일 간 우위가 역전된다. 일본 업계는 담합 구조여서 시장 변화에 둔감했다. 한국은 수요자 요구에 맞춰 처절한 기술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장거리·대용량·저비용으로 진화한 한국이 절대 강자로 떠올랐다. 2004년부터 카타르가 발주한 53척 전량을 한국 3사가 가져갔다. 미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압박하는 배경에 K조선의 저력이 있다.

이란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안정적 에너지 확보에 전 세계가 명운을 걸고 있다. 중동 뱃길이 대서양·태평양 분산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송 기간. 중동에서 오면 25일인데 미국·서아프리카에서 출발하면 최대 60일 걸린다. 장기 수송에 따른 운임 증가와 선박 수요 확대로 세계적인 신조 발주가 예상된다. 원유·LNG 운반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K조선이 새 기회를 맞고 있다. 에너지 지도가 흔들리는 지금, LNG와 해상 운송 기술은 국가 경쟁력이다. LNG 활용과 해상 운송 경쟁력을 동시에 키우는 국가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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