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유가 급등에 관광도시를 다시 묻는다
김윤경 영산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드디어 봄이 왔다. 농장의 이중 비닐을 걷어도 될 만큼 날씨가 풀리고 봄꽃이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맘때면 늘 기대되는 것이 벚꽃 시즌이다. 하지만 올해 봄은 예년과 조금 다른 느낌이다. 설렘보다는 이동이 먼저 걱정된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부산에서 경북 왜관을 다녀온다. 그렇게 다닌 지도 벌써 10년이 되어 간다. 평소 같으면 일요일 경부 고속도로와 부산·대구 고속도로는 관광버스와 나들이 차량으로 꽤 붐비는 편이다. 그래서 조금만 늦게 출발해도 상당한 정체를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 주말에는 올라가는 길도 내려오는 길도 예상보다 한산했다.
사람의 이동이 기반인 관광 산업
중동전쟁 따른 유가 급등에 민감
운임 인상 등에 따른 영향도 다양
국제·국내 관광 희비 엇갈릴 수도
급변하는 환경 속 관광도시 부산
진지하게 새 전략 고민 시작해야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한 장면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 다른 곳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표가 붙은 한 주유소 앞에 자동차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제서야 왜 도로가 한산했는지 이해가 갔다. 치솟은 기름값 때문이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사람들의 이동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꼭 필요한 외출이 아니라면 이동을 줄이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듯하다.
최근 중동 정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 유가는 빠르게 반응해 왔다. 중동은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지역이기 때문에 작은 정치적 충돌이나 군사적 긴장만으로도 국제 유가는 크게 출렁인다. 문제는 유가 상승이 단순한 에너지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와 관광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관광 산업은 사람의 이동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다. 이동에는 교통비가 따른다. 대표적 교통수단인 항공기 관련 산업에서도 항공유 가격은 가장 중요한 비용 요소가 된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항공유 가격도 오르고 결국 항공 운임 상승으로 이어진다. 여행 비용이 높아지면 관광 수요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유가 상승이 관광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국제 유가 상승은 장거리 이동 비용을 높여 국제 관광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동시에 환율 상승이라는 변수도 함께 작용한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한국 여행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때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는 현상은 여러 차례 나타난 바 있다.
내국인 관광 흐름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가 상승과 항공료 인상은 해외여행 수요를 줄이는 요인이 된다. 이때 일부 여행 수요는 해외 대신 국내 관광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관광 시장에 일시적인 활력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교통비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 여행 자체를 줄이는 소비 위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가 상승은 국제 관광과 국내 관광 모두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관광도시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관광객 이동이 줄거나 관광 패턴이 바뀌면 관광도시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광은 숙박, 음식, 쇼핑, 교통 등 다양한 산업과 연결되어 있는 도시 경제의 중요한 축이기 때문이다.
부산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관광 전략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부산은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을 돌파하며 글로벌 관광도시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중국과 대만 관광객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부산이 국제 관광도시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관광객 수 증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부산이 지향하는 도시 비전은 ‘시민이 행복한 도시’, ‘즐거운 도시’, 그리고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이다. 관광 역시 이러한 도시 비전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 관광객이 찾는 도시이면서 동시에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도시가 될 때 관광도시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관광 인프라 역시 더욱 세밀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을 위한 언어 서비스뿐 아니라 할랄 음식, 채식 식단, 종교적 생활환경 등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 관광 환경이 필요하다. 단순히 방문하는 도시가 아니라 머무르고 싶은 도시가 되어야 한다.
치솟은 유가는 단순한 에너지 가격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제 관광 흐름과 국내 관광 구조를 동시에 바꾸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관광도시는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부산이 시민에게는 행복하고 즐거운 도시가 되고 세계인에게는 매력적인 관광도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관광 환경 속에서 더욱 탄탄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부산 관광의 방향을 다시 점검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