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판정된 모텔 연쇄 살인자, 어떤 검사 받았나?
남성들 살해 혐의 김소영, PCL-R서 25점
보통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 위험군
부산경찰청에서 정유정 등 검사 받기도
지난해 부산에서는 10건가량 감정 진행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소영(20)이 지난달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북의 모텔에서 함께 투숙한 남성들을 약물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소영(20)이 경찰에서 ‘사이코패스’로 평가되면서, 범죄 심리 평가인 ‘PCL-R(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 검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과거 강력 범죄 사건에서도 활용됐던 이 검사는 범죄자의 반사회적 성향과 재범 위험성을 판단하는 도구로 꼽힌다.
지난 10일 살인과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소영은 PCL-R 검사에서 40점 만점에 25점을 받았다. 경찰은 일반적으로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한 것으로 판단한다. 사이코패스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무시하거나 침해하는 성격 장애로 ‘반사회성 성격 장애’로도 불린다.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범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PCL-R 검사는 총 20개 문항으로 구성된다. 일반인의 점수는 보통 10~15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희대의 연쇄살인범’으로 불린 유영철(38점)과 정남규(29점), 강호순(27점) 등은 모두 김소영처럼 25점을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에서도 강력 사건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이 검사가 실시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2023년 부산 서면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에게 이 검사를 실시했다. 그는 27점을 기록해 사이코패스 위험군으로 평가됐다. 같은 해 과외 앱을 통해 또래 여성을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정유정 역시 부산경찰청에서 검사를 받아 28점을 기록했다.
부산경찰청 프로파일러 김해선 경위는 “사건의 성격에 따라 실시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검사가 자주 이뤄지는 편은 아니다”며 “부산경찰청 기준으로도 1년에 10건이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9일 피의자 김소영의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사진)과 이름, 나이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PCL-R 검사는 훈련받은 프로파일러가 약 3시간 동안 감정 대상자와 대면 면담을 진행하며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반복적인 거짓말이나 타인을 조종하려는 성향, 과장된 자기 인식 등 대인관계 특성을 살핀다. 또 정서적 공감 능력과 책임감의 결여 여부, 충동성과 자기 통제력 등 생활양식 요소도 판단 기준이 된다. 과거 범죄 경력을 통해 반사회적 성향이 나타나는지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이 검사의 목적은 피의자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는 데 있다. 경찰은 검사 결과를 수사 서류에 첨부해 검찰 송치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한다. 이후 보호관찰이나 치료 명령 등 사법적 처분을 결정하는 데에도 참고될 수 있다.
PCL-R 검사는 캐나다 범죄심리학자 로버트 헤어가 개발한 평가 도구다. 국내에는 2008년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와 동국대 경찰사법대 조은경 교수가 교도소 수용자를 대상으로 타당화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입됐다. 이후 영남대 심리학과 서종한 교수가 관련 연구와 전문가 교육을 이어가며 경찰과 교정기관 등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서 교수는 “이 검사는 단순히 사이코패스 여부를 판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재범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다만 PCL-R은 원래 남성 수용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평가 도구인 만큼, 이번 김소영 사건처럼 여성 범죄자에게 적용할 때는 결과 해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소영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지난달 9일까지 20대 남성 3명에게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섞인 음료를 건네 이들을 의식을 잃게 하거나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2명은 사망했고, 1명은 치료를 받은 뒤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