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최고 수준 울산 ‘생명 지킴이’ 인력난 가중
정신응급 최전선 ‘위기개입팀’
정원 14명 중 5년 새 28명 퇴사
업무 부하·열악한 처우 원인
생명 안전망 붕괴… 대책 시급
울산 북구에 있는 ‘울산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 전경. 위기개입팀 요원들은 이곳에서 경찰과 합동으로 24시간 자살과 정신응급 현장에 대응하고 있다. 권승혁 기자
울산 시민의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울산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24시간 위기개입팀에서 열악한 근로 여건을 견디지 못한 직원들의 줄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화두인 자살 예방 정책의 ‘말초신경’이 울산에서 사실상 한계치에 봉착한 셈이다. 근본적인 환경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자살 위기 대응을 위한 시민 안전망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1년부터 올해 초까지 5년여 간 울산 위기개입팀을 떠난 인력은 총 28명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21년 10명, 2022년 3명, 2023년 5명, 2024년 1명, 2025년 7명이 현장을 떠났고, 올해 1월과 2월에도 각각 1명씩 추가 퇴사자가 발생했다. 팀 전체 정원이 14명임을 고려하면, 5년 새 정원의 두 배가 넘는 인원이 교체된 셈이다.
울산지역 정신건강의 최전선 요원들이 현장을 등지는 ‘엑소더스’가 가속화하면서 생명 안전망의 숙련도마저 단절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 퇴직 요원은 “업무 강도는 가혹한데 처우는 열악하다 보니 제 발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센터 차원의 권고사직 사례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센터 관계자는 “대부분 대학원 진학, 이직 등 개인 사유로 그만둔 것으로 안다”며 “급여와 수당 등은 임의로 지급하는 게 아니라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사업안내서에 적시된 기준에 따라 지급한다”고 말했다.
울산은 2023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32.7명으로 특광역시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2024년 자살률이 29.2명으로 다소 낮아졌으나 여전히 전국 평균인 29.1명보다 높다. 자살 예방 정책의 핵심인 위기개입팀의 인력 이탈이 울산에서 유독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특히 울산 위기개입팀은 경찰과 함께 울산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의 양대 축을 이룬다. 24시간 전화(1577-0199) 상담은 기본이며, 경찰 요청 시 자살 소동 현장에 즉각 출동해 대상자의 응급성을 평가하고 입원 가능한 병상을 수배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간 2명, 나머지 12명이 3인 1조로 15시간 밤샘 근무를 한다.
울산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는 2017년 진주 안인득 사건과 서현역 칼부림 사건 등 중증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 사건이 잇따르며 전국적으로 구축된 정신응급 대응 체계의 핵심 거점이다. 정부는 경찰과 정신건강 전문가의 공조를 통해 응급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고자 합동대응센터 설치를 추진해 왔으며, 울산은 2024년 7월 전국에서 8번째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화려한 정책적 수사와 달리 현장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기개입팀은 합동대응센터 개소 전부터 잦은 퇴사자로 인해 ‘3인 1조’ 원칙이 몇 차례 무너지는 등 되레 위기 신호를 보내 왔다. 전현직 관계자들은 “화장실조차 마음 편히 갈 수 없을 정도로 상담 전화가 쏟아진다”며 “말을 아끼고 있을 뿐, 실무자들은 이미 극심한 번아웃 상태”라고 전했다. 특히 대기 상태나 다름없는 야간 2시간 10분의 무급 휴게 시간과 열악한 수당 체계는 이들을 현장에서 밀어내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센터는 국·시비 보조금으로 운영된다.
누적되는 심리적 외상 역시 인력 이탈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이다. 한 퇴사자는 “애착을 갖고 상담하던 대상자의 자살 소식을 접하고도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곧바로 다음 상담 전화벨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이 가장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숙련된 요원이 떠난 빈자리는 경험이 부족한 신규 인력들이 채우고 있으며,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살 예방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울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주은수 교수는 “주된 원인이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이나 운영 제도 미비에 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5년 새 정원의 배가 넘는 인력이 교체된 사실은 지역 생명 안전망의 심각한 결손을 의미한다”라고 짚었다. 이어 “전문가의 빈자리를 초보자가 채우는 악순환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근본적인 처우 개선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