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전문가들 “관세 재협의?…먼저 나서다간 역풍불 것”
미 대법원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해
“지금 섣불리 움직이다간 정 맞을 것”
“관세환급 당장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0일 텍사스주 댈러스의 이코노믹 클럽 오브 댈러스에서 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린데 대해 한국 정부와 기업은 관세 재협의나 환급을 내세우기보다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상호관세는 무효가 됐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당장 이를 대체할 신규 관세에 서명한데다, 다른 방식으로도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커 우리나라가 섣불리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1일 “이번 판결로 한미 통상 협상 결과와 합의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 사안일 것”이라면서 “지금 우리가 주도적으로 뭔가 하려다가는 상당한 부작용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1심과 2심을 거치며 대법원 판결도 어느 정도 예상됐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플랜B를 철저히 가동하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무역법 122조뿐만 아니라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관세법 338조 등을 거론하며 앞으로 더 많은 관세를 거두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어느 나라 정부이건 지금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정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만능키처럼 써온 것에 대법원이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게 우리로선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오히려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 “자동차와 철강은 상호관세가 아닌 품목 관세 적용을 받아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도체도 품목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며 “이것만으로도 미국은 한국에 충분한 지렛대로 쓸 수 있어 당장 투자 협정을 변경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서서 재협상을 거론하는 것은 상당히 성급하고 적절하지 않은 대응”이라며 “다른 국가들의 움직임 등을 보고 조율하면서 대응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무역법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관세 정책의 방향 자체가 크게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세 환급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장상식 원장은 “법리적으로는 관세 환급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감안할 때 자동 환급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민 교수도 “관세를 낸 기업들은 이를 하루라도 빨리 돌려받으려 여러 조치를 취하려 할 텐데, 상당히 복잡한 절차와 실무 작업 필요하다”며 “여기에 미국이 새로운 관세를 들고 나왔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익 관점에서 대미 투자를 신속히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허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법적 리스크 때문에 한미 투자 협상 결과를 빨리 기정사실로 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지금까지 미국과 약속했던 것들은 충실히 이행하려는 자세가 향후 트럼프 2기 3년 기간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