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내란죄 무기징역, 이제는 어두운 역사와 단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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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국회 마비 등 목적 내란죄 인정
어두운 역사 끊는 일은 결국 정치의 몫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비상계엄 선포 443일 만에 나온 이번 판결은 헌정 질서를 뒤흔든 국가적 위기에 대한 사법부의 단호한 응답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는 19일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곧바로 내란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이 인정될 경우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를 사건의 핵심으로 규정하며 체포조 편성, 선관위 점거 시도 등을 폭동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권력은 없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행위가 형법상 내란죄의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국가 위기 상황을 내세운 피고인 측 주장에 대해서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논리라고 선을 그었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개시 권한 역시 인정하며 수사 절차의 적법성을 확인했다. 다만 장기 독재를 위한 사전 기획이라는 공소사실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른바 ‘노상원 수첩’의 신빙성도 부정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관련 피고인들에 대한 유·무죄 판단도 엇갈렸다. 법은 감정이 아닌 증거와 논리로 판단한다는 사법의 기본을 보여준 판결이었다.

12·3 사태는 전시나 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전혀 없었음에도 대통령 개인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해 입법권과 사법권을 침탈하려 한 사건이다. 이는 국가 안전을 위협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중대 범죄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정치권 또한 달라져야 한다. 계엄 사태 이후 시간이 흘렀지만 여야의 태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국민의힘은 뒤늦은 사과와 내부 갈등을 반복하며 과거와의 단절에 미온적이고, 위기 대응보다 진영 결집에 치우친 모습으로 국민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다수 의석을 앞세운 입법 전략과 권력기관 개편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제 변하지 않는 정치 후진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 우리는 12·12와 5·18을 거치며 전두환 등 내란의 주범들을 법정에 세워 민주주의의 가치를 회복한 경험이 있다. 이번 판결 역시 같은 맥락이다. 어떠한 권력도 헌법 위에 존재할 수 없으며 민주적 절차를 벗어난 국가 운영은 용인될 수 없다는 원칙의 재확인이다. 다시는 이 땅에서 누구도 내란을 획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권력 구조의 오만과 제도의 허점을 바로잡고 정치 문화의 후진성을 극복하는 일이다. 오늘의 선고가 또 하나의 기록으로만 남을지, 아니면 어두운 역사와 단절하는 전환점이 될지는 우리 사회 전체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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