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세비야의 이발사, 이토록 낙천적인 세상
음악평론가
조아키노 로시니. 위키피디아
음악평론가
오늘로부터 딱 210년 전인 1816년 2월 20일,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1792~1868)는 로마에서 ‘세비야의 이발사’를 초연했다. 당시 스물한 살의 젊은 작곡가 로시니의 이름은 이때부터 이탈리아 전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가히 작곡계의 아이돌 스타라고 할 만했다. 그 후로 서른일곱 살이 되던 1829년에 돌연 은퇴 선언을 하기까지 로시니는 유럽 전역을 돌며 총 38개의 오페라를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세비야의 이발사’는 현재까지 가장 인기 있는 레퍼토리다.
오페라 부파(희극 오페라)의 종합선물세트나 다름없는 작품으로, 이야기 구조도 흥미롭지만, 서곡부터 피날레에 이르는 음악이 어느 한 곳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지다. 더하여, 연주가 점차 강하고 빨라지는 ‘로시니 크레센도’, 베이스가 종래의 무거운 역할이 아니라 코믹한 역할을 맡는 데서 나온 ‘바소 부포’, 현대의 랩 가사처럼 정신없이 쏟아내는 ‘파를란도’ 등 로시니만 줄 수 있는 화려한 장치로 가득 차 있다.
‘내 이름을 알고 싶으시다면’(Se il mio nome saper)은 막이 열리고 얼마 안 되어 알마비바 백작이 로지나의 창가에서 부르는 카바티나다. 자신을 린도로라는 가난한 학생으로 속이고서 그녀에게 접근한다.
“내 이름을 알기를 원한다면 이 노래에서 내 이름을 들어봐요. 내 이름은 린도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당신을 신부로 맞고 싶어요. 밤낮으로 당신 이름을 부르며 이렇게 소망해요.” 그러자 로지나가 창틈으로 내다보면서 계속 노래해달라고 말한다. 알마비바는 노래를 이어간다. “나는 부자가 아니라서 보물을 드릴 순 없지만, 대신에 나의 온 마음을 바칩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에 밤낮으로 한숨 쉬고 있어요.”
고전적인 방법으로 구애하고 있는 알마비바와 이를 내다보면서 가슴 설레하는 로지나의 모습이 교차한다. 듣고 있으면 그저 빙그레 웃게 된다. 그래서 나는 로시니의 오페라를 좋아한다. 기존의 희극 오페라가 혼돈으로 우왕좌왕 허둥대는 식의 구성이라면, 로시니는 보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을 강조한다. 알마비바 백작, 피가로, 체네렌톨라 등이 모두 이탈리아적인 낙천주의를 배경으로 먹고, 사랑하고, 노래한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국 되는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안되는 것도 없다. 인물의 측면에서 보면 딱히 나쁜 놈도 없고 명확하게 좋은 놈도 없다. 결말에는 모든 사람이 얻는 만큼 잃고, 잃는 만큼 얻는다. 그리하여 적당히 용서되고, 모두가 머리를 긁적이며 화해하는 것이 로시니의 방식이다. 세상이 좀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좋지 않을까?
로시니:내 이름을 알고 싶다면 - 루이지 알바 (테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