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키'는 아이들 성장에 꼭 필요한 비타민 같은 영화제"
이현정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7월 8일 개막하는 제21회 비키
성숙한 미래 세대 육성에 온 힘
'직업전 클래스' 'AI' 부문 신설
동부산만의 영화제에서 벗어나
폐막식과 시상식 강서구서 진행
“비키는 분명 아이들을 중심에 둔 영화제지만, 아이들만의 영화제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이현정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비키·BIKY) 집행위원장은 비키를 단순히 아이들 영화를 상영하는 행사로 생각하는 걸 경계한다. 오히려 영화를 매개로 미래 한국을 이끌 성숙한 시민을 육성하는 축제라고 주장한다. 둘 사이의 거리만큼 그의 고민도 깊다.
“영화제에서 유명 감독이나 스타 배우를 만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비키는 한 발 더 들어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등대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한다”는 말 속에 그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집행위원장의 고민은 하나하나 비키 프로그램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올해 7월 개막하는 제21회 비키에서 새로 선보이는 ‘직업전 클래스’도 그중 하나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관련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의과대 열풍에 ‘7세 고시’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왜곡된 현실을 벗어나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접할 기회를 주려는 의도에서 기획했다.
‘직업전 클래스’ 초청 인물이 굳이 성공한 명망가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 집행위원장은 오히려 “수면 위로 드러난 빙하 아래 더 넓고 큰 세상이 있듯이, 인생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게 하는 스토리를 가진 분을 모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뇌과학자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지난해 제20회 비키 스페셜클래스에서 '타임머신을 사랑하는 영화들'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BIKY 제공
어린이와 청소년이 제작한 영화를 소개하는 메인 섹션 ‘레디~액션!’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비키는 올해 영화제부터 기존의 연령별(12, 15, 18세 이하) 작품 공모에 더해 ‘크리에이티브’와 ‘AI’ 부문을 신설했다. 영화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 영상물 제작 기회를 제공하고, 영상 AI 기술 활용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과 실질적 성과를 경험하게 하려는 구상에서다.
이 집행위원장은 특히 ‘AI 부문’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지금부터 AI를 연구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가 온전히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한다면, 국방비 투자하듯이 AI 대응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비키는 지난달 정기총회를 열어 올해 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21회 영화제 개최 준비를 본격 시작했다. 올해는 50여 개국 작품 170여 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제 기획과 진행, 심사까지 도맡는 어린이·청소년 집행위원 ‘비키즈’도 새 진용을 꾸렸다.
현재는 ‘레디~액션!’과 ‘새로운 별빛’ 작품 공모를 진행 중이다. ‘새로운 별빛’은 지난해까지 비경쟁 초청작을 대상으로 하던 ‘새로운별빛상’을 공식 공모와 심사를 거치는 경쟁 섹션으로 전환한 것이다. 공모작은 어린이나 청소년, 또는 가족을 소재로 한 20분 이내 단편영화로, 극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형식에 제한이 없다. 대학생 이상 성인 감독을 대상으로 접수한다.
1월 29일 열린 2026 비키즈 위촉식 모습. 비키즈는 비키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는 영화제의 얼굴이다. BIKY 제공
올해 비키의 가장 큰 변화는 공식 폐막식을 서부산에서 개최하는 것이다. 지난해 본 행사 종료 후 ‘웨스트 비키’라는 이름으로 ‘서부산 버전’을 추가했지만, 올해는 아예 본 행사와 함께 폐막식까지 서부산에서 개최한다. 이에 따라 제21회 비키는 오는 7월 8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개막식을 개최하고, 7월 14일 예정된 폐막식과 시상식은 강서구에서 진행한다. 강서구청의 협조를 받아 행사 장소를 물색 중이다.
2024년 1월부터 2년 동안 비키를 이끌어 온 이현정 집행위원장은 연임이 확정되며 2030년 1월까지 4년을 더 책임지게 됐다. 2년간 다진 국내외 네트워크는 그의 큰 자산이다. 하지만 당장 바닥인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비키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제 지원 사업에서 배제됐다. 예산이 춤추고 선정 방식이 요동치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결과다. 비키를 ‘미래 세대의 정서적인 비타민’이라고 표현한 이 집행위원장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중요한 영화제는 비키라고 감히 말씀드린다”며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비타민에 영화계와 어른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