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기, 징글징글하고도 재미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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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련 작가 6년 만의 소설집
<정말 외로운 그 말> 선보여
25년 묵혔다 완성 '재심' 등
인간 군상 면면 묘사한 6편
특유의 매끄러운 솜씨로 엮어

6년 만에 소설집 <정말 외로운 그 말>을 출간한 정우련 작가. 작가 제공 6년 만에 소설집 <정말 외로운 그 말>을 출간한 정우련 작가. 작가 제공

6년 만에 소설집 <정말 외로운 그 말>을 출간한 정우련 작가. 작가 제공 6년 만에 소설집 <정말 외로운 그 말>을 출간한 정우련 작가. 작가 제공

“25년 전에 소설로 써 보려 시도했다가 끝내지 못한 작품이 있었다. 6편이 담긴 이번 소설집 중 ‘재심’이라는 작품이다. 25년을 묵혔다가 드디어 한 편의 소설로 완성된 것이다. 소설 짓는 일, 참 징글징글하고도 재미있다.”

부산의 중견 소설가 정우련 작가가 6년 만에 소설집 <정말 외로운 그 말>을 출간했다. 25년을 묵혀 나온 ‘재심’은 1990년대 중반 등단 후 장편을 쓰겠다고 집 근처 암자에 집필실을 얻고 몰두했던 작품이다. 장기간 취재한 인물과 수집한 자료가 한 보따리였고, 아침에 작업실로 올라가 이튿날 새벽까지 쓰고 내려왔다. 따라오는 달을 벗 삼아 내려가던 산길에서도 머릿속에는 인물들의 고통을 어떻게 생생하게 그려 낼까라는 생각이 꽉 찼다. 지금 돌아보니, 장편 소설을 쓰기에는 천지 분간도 못 하던 초보였고, 결국 소설은 실패하고 기억으로만 남았다. 그때 이야기가 뼈대가 된 것이다.

이번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작품 ‘정말 외로운 그 말’은 박이소 화가의 유작전에서 발견한 말이다. 빌리 조엘의 ‘어니스티(honesty)’라는 노래를 작가가 직접 번안해서 부르던 영상이 있었는데, ‘정직성, 정말 외로운 그 말, 더러운 세상에서 듣기 힘든 말, 너에게 듣고 싶은 바로 그 말…’이라는 가사가 마음에 닿았다.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했던 박이소 화가는 언젠가 “좋은 예술 작품은 불교 승려의 깨달음과 같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정 작가는 거짓과 위선으로 세상의 부와 명예를 탐하는 인간 군상의 면면이 떠올랐고, 자신이 소설에서 추구하던 메시지를 ‘정말 외로운 그 말’이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것 같았다.

이번 소설집은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고통, 독재와 희생, 피해와 보상 등 사회적인 메시지가 강한 작품들이 많다. 다들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분위기가 불편해질까 싶어 꺼내지 않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 외로운 말들이 늘 가시처럼 작가를 찔러 대고 있었다. 어려운 말, 외로운 말, 그렇지만 꼭 해야 할 그 말을 작가는 소설로 세상에 드러냈다.

외롭고 불편한 말은 정 작가의 글 짓는 솜씨를 통해 매끈하고 부드럽게 엮어졌다. 사회적인 상황과 메시지를 생각하지 않고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끝에 와 있다.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끝나버리는 느낌마저 있다. 정 작가는 “완결식의 결말보다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방식을 선호한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이번 소설집에 단편으로 실린 ‘클레멘타인’은 지금 장편으로 다시 쓰는 중이다.

6편 중 뒤쪽 2편은 신라시대가 배경이다. 살짝 뜬금없다는 느낌도 있다. 알고 보니 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위원회 요청으로 2022년부터 매년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작업에 참여했고 요청받은 주제에 맞춰 소설을 쓰게 됐다. 한국 여성사 분야에 선덕여왕을 주인공으로 한 ‘여왕의 향기’가 탄생했고, 한국 음악사 분야에 삼국유사 속 잠깐 등장하는 장수이자 거문고 연주자인 물계자를 데려와 소설을 통해 되살려냈다.

소설 곳곳에는 부산의 지명이 등장한다. 익숙한 지명이 무척 살갑고 반갑다. 정 작가는 “경험하고 익숙한 공간을 쓸 때 신나고, 자신이 있다. 잘 알지 못하는 곳을 아는 척하며 쓰지는 않는다. 예전 소설에선 부산 어느 곳의 통, 반, 번지까지 썼다. 그렇게 부산 곳곳을 소설에 넣는 것이 즐겁다”라고 답했다.

모든 작가가 그렇겠지만, 정 작가는 유난히 치열하게 소설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 작가는 소설을 쓸 때 먼저 세 가지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진실인가’ ‘진실이라면 꼭 소설로 써야 할 진실인가’ ‘그 진실을 독자가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쓸 수 있을까’이다. 정 작가는 “세헤라자데가 왕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천 일 동안 끝없이 재미난 이야기를 지어내듯이 소설가로 살아남으려면, 앞서 말한 세 가지를 생각하며 갈 데까지 가봐야 한다”라고 비유했다. 소설 쓰기에 대한 작가의 엄청난 고민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작가는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사무치게 외로운 말들을 찾을 것이고 그걸 이야기로 전하겠다고 한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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