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점점 쪼그라드는 금융중심지 부산, 빈껍데기로 전락하나
대체거래소 출범 1년 안 돼 점유율 잠식
자본시장의 무게 서울 치우칠 우려 커져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은 2007년 제정된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2009년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거기에 2005년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거래소(KRX)의 역할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KRX도 본사 이전 직후 서울 근무자가 오히려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면서 부산 본사라는 간판이 무색하다는 지적을 곧잘 받아왔다. 그럼에도 금융중심지 부산의 미래를 담보할 상징적 존재로서 꾸준히 자리매김을 해 왔다. 하지만 이젠 KRX의 주요 기능인 주식 거래마저도 반토막이 나는 지경이 됐다. 지난해 서울에서 등장한 대체거래소가 주식 거래 상당량을 잠식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부산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출범한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의 거래대금 점유율은 이달 현재 32% 수준이다. 출범 당시 NXT가 밝힌 점유율 목표가 ‘3년 내 10%’였던 점을 감안하면 놀랍기 그지없는 점유율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32% 수준의 점유율도 한때 NXT의 거래대금이 KRX의 절반 수준에 이르자 일부 종목에 대한 거래를 제한하는 ‘제동장치’를 가동해 옴으로써 달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들이 주체가 돼 별도로 만든 NXT가 출범한 지 채 1년이 되기도 전에 주식시장의 거래를 싹쓸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그나마 본사 주소지를 부산으로 해 두고 있는 KRX와는 달리 순수한 ‘서울’ 거래소라 할 수 있는 NXT의 이 같은 질주는 자본시장의 비중이 이미 상당 부분 NXT로 넘어갔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KRX는 NXT가 자본시장 감시 등 공적 기능은 대부분 KRX에 맡겨놓고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거센 비판을 한다. 하지만 부산시민의 입장에서는 거래소끼리의 이권 다툼보다는 금융중심지라는 부산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점이 더 위협적이다. 이는 최근 청와대로부터 나온 코스닥 분리와 KRX 지주사 전환 등의 잇단 언급이나 여권의 관련 법안 발의와 맞물려 서울 거래소 확립이라는 흐름으로 읽힐 정도다.
NXT의 출범과 코스닥 분리 시도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논리는 ‘시장 경쟁력 강화’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 선물거래소를 통합한 KRX의 등장 시기인 2005년으로 시간을 되돌리면 당시 통합의 이유는 ‘시장 효율성 강화’였다. 불과 20여 년 사이에 같은 이유로 자본시장의 통합과 분리가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혹여 그 이면에 명목으로나마 부산에 본사를 둔 KRX를 형해화하고 서울 거래소로 자본시장의 무게를 옮기려는 시도는 없는지 강력히 따져야 할 이유다. 이 정도면 주식 거래 관련 대통령 참석 기념행사를 부산의 KRX 본사가 아니라 여의도에서만 해 온 것으로는 모자라는 세력이 존재하는 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