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노년이 행복한 부산 만들자
한동희 사단법인 노인생활과학연구소 대표
노년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터라 최근 국제기구에서 다양한 역할을 요청받곤 한다. 줌 회의도 많아지고 해외에 나가는 일도 많다. 발표할 때는 어김없이 부산을 소개하고 노인생활과학연구소 프로그램을 공유한다. 행사가 끝나면 부산을 찾고 싶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부산에서 열리는 노인 관련 국제회의에 대해 알려달라는 요청도 받는다. 그런데 가끔 대답이 궁색해지기도 한다. 오는 9월 부산에서 열리는 ‘글로벌 헬스케어위크’는 다양한 영역들이 통합된 컨벤션이라 노인 의료·노년학을 대표하는 회의라고 말하기 어렵고, 해외 인지도도 낮다. 7대 광역시 중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부산에 노인 의학, 노년학 분야를 다루는 국제회의나 국제 노인문화 축제가 마련돼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태국만 해도 매년 1월 ‘PMAC(Prince Mahidol Award Conference)’라는 노인 관련 대규모 국제회의가 일주일간 방콕에서 열린다. 지난달 이 행사에 참가하면서 이제는 전 세계인이 주목할 만큼 성장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시아만 해도 홍콩, 일본, 싱가포르 등이 앞다퉈 굵직한 노인 관련 국제회의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노인 관련 국제회의는 전 세계 네트워크가 한곳에 모여 지속적으로 전문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생산적인 회의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기여야 한다. 해외 전문가들이 부산의 정책 입안에 참여할 기회도 마련돼야 한다. 이는 부산이 객관적 입장에서 미래 지향적 노인 정책을 만들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산에서 개발된 다양한 노인 정책과 프로그램을 국제 사회와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아세안 국가들의 빠른 고령화 현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이러한 흐름을 오래전부터 파악하고 고령화 문제 대응을 위해 아세안 국가와 도시 간 MOU를 맺고 정책 입안자, 학자, 현장 전문가들의 활발한 교류를 이끌어내고 있다.
부산이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적인 표현으로 꺼져가는 도시의 동력을 자책하고 있는 동안, 노인을 대상으로 돌봄 경제와 실버 경제를 펼쳐나가는 국가들에게 우리의 기회를 빼앗기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인구 고령화는 예외 없이 전 세계를 엄습하고 있다. 세계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첨단 기술을 선보이고, 새로운 돌봄 경제를 펼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부산은 어느 도시보다 행복한 노년기를 보낼 수 있는 자연 조건과 기후·도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의 흐름을 부산과 연결해야 한다. 노인 인구가 많다는 것이 더 이상 도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 부산에서 노인들이 보람차게 일과 여가를 병행하면서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모습이 부산의 도시 이미지로 정착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