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예산 1.5% 뿐인 부산… 낯부끄러운 ‘건강도시 20년 차’ [함께 넘자 80세 허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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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공염불 그친 건강 염원

특광역시 중 표준화 사망률 1위
예산 제자리걸음 현상 유지 급급
시민건강재단 추진도 지지부진
담배소비세 재원 활용 고민해야

2024년 부산의 보험료1분위(하위20%)와 보험료5분위(상위20%)의 기대수명 격차는 9.14세로 8개 특광역시 중에서 가장 컸다. 부산의 한 의원. 부산일보DB 2024년 부산의 보험료1분위(하위20%)와 보험료5분위(상위20%)의 기대수명 격차는 9.14세로 8개 특광역시 중에서 가장 컸다. 부산의 한 의원. 부산일보DB

2006년 12월 서태평양지역 건강도시협의회에 가입한 부산은 올 연말이면 ‘건강도시’ 20년 차에 접어들게 된다. 그러나 특별·광역시 중 표준화 사망률 1위라는 오랜 오명과 소득 수준에 따른 기대수명 격차 또한 특별·광역시 중에서 가장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강도시라는 명칭은 다소 이질적이다.

부산의 건강도시 예산은 1%도 되지 않고 건강도시위원회를 겸하는 지역보건의료심의위원회는 연 1회 보건의료계획 심의를 위해 열릴 뿐이다. 부산시민의 건강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수립할 독립 법인격의 씽크 탱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한때 시민건강재단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무산된 상태다.

■1%대 보건의료 예산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별 보험료분위별 기대수명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부산의 보험료1분위(하위20%)의 기대수명이 78.05세, 보험료5분위(상위20%)의 기대수명이 87.19세로 기대수명 격차는 9.14세로 나타났다. 8개 특별·광역시 중에서 격차가 가장 크다. 이어 대구 8.98세, 광주 8.81세, 인천 8.43세, 대전 8.21세 순으로 뒤를 이었다.

지자체의 정책 의지를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는 예산이다. 부산의 보건의료 예산 비중은 장기적으로 확대 추세이지만 1%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 2026년 본예산 세입세출예산서에 따르면 2026년 보건의료 분야 예산은 2683억 4582만 원으로, 총예산 중 1.50%다. 본보가 ‘건강 최악 도시 부산’ 기획보도를 이어갔던 2013년 1.03%였던 것에 비하면 0.5%P(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비중 확대가 무색하게도, 부산보다 기대수명 격차가 적은 대구의 올해 총예산 중 보건의료 분야 비중은 3.26%이다.

건강 증진 예산 비중은 현상 유지 정도다. 시민 건강 증진을 직접적인 목표로 삼는 ‘건강도시 부산 프로젝트 추진’ 정책에 편성된 올해 예산은 1348억 6346만 원으로, 총예산의 약 0.75%다. 2013년 0.60%에서 0.15%P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부산의 대표적인 건강 증진 정책 중 하나인 마을건강센터의 1곳당 연간 운영 예산은 시·구비를 합해 6500만 원이며 간호사와 마을활동가가 배치된다. 반면 서울시에서 유사 기능을 수행하는 건강장수센터는 1개소에 1억 3000만 원을 투입하며, 센터 의료진은 의사·간호사·영양사·물리치료사로 구성된다.

부산시 건강도시 기본조례에서는 건강도시위원회의 설치를 규정하고, 해당 위원회의 기능을 부산시지역보건의료심의위원회가 대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지역보건의료심의위원회는 연 1회 1시간~1시간 30분 개최됐으며 매번 처리 안건은 지역보건의료계획안 심의뿐이었다.

부산 시민의 건강 문제를 다루는 유일한 씽크 탱크인 부산시공공보건의료지원단도 한때 인력을 20명대로 늘리고 독립성이 확보되는 (가칭)시민건강재단으로 격상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설립 검토 용역에서 타당성이 확보되기까지 했으나 당시 출자출연기관 통폐합 추세 등과 맞물리면서, 여전히 위상은 부산의료원 위탁기관에 머물러있다. 공공 영역이 일부에 그치는 보건의료 현실을 고려했을 때도 씽크 탱크를 십분 활용하기 위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부산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 김병권 단장은 “부산에 보건의료정책 연구조직이 없어 지원단이 일정 부분을 커버하고 있는데, 공공보건의료 외의 보건의료 정책에는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현재 중점적으로 연구돼야 할 부분은 응급 의료와 관련한 필수 의료 영역인데, 서비스 제공의 90%를 민간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개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담배소비세 시민 건강에 쓴다면

부산은 재정자립도가 낮으니 건강 증진에 투자할 여력이 없을까?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토대로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재원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WHO는 담배, 술 등에 부과되는 세금을 ‘건강세(health tax)’로 규정하고, 이를 보편적 건강 보장 달성을 위한 재원 확보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방세 차원에서 ‘건강세’로 볼 수 있는 담배소비세를 살펴보면, 건강에 나쁜 담배가 부산에서 더 많이 유통·판매될수록 시에 재정적 이득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담배소비세는 특별한 사용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보통세로, 일반회계 재원으로 투입된다. 담배소비세를 시의 보건의료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하자는 논의도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 재정공시에 따르면 2024년 지방세 징수액 중 담배소비세는 1873억 4600만 원(3.5%)이었다. 2024년 본예산 기준 시민건강국 예산의 시비 809억 9406만 원이 모두 담배소비세에서 비롯됐다고 가정하더라도, 나머지 1000억 원 가량은 다른 분야에 투자된 것이다.

부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윤태호 교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통해 담배세의 일부를 받기도 하지만 이는 국가사업 수행을 위한 재원으로 내려오는 것”이라며 “지자체로 오는 담배소비세를 어디에 사용하는지는 시의 재량이기 때문에 ‘시민 건강을 위해서 쓰자’고 시장이 결정하면 될 일이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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