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프라하 역사·음악 어우러진 드보르자크 홀
아트컨시어지 대표
드보르자크 홀 전경. 이상훈 제공
체코 프라하의 블타바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도시의 역사와 음악이 한 지점에서 겹쳐지는 공간 루돌피눔(Rudolfinum)을 만나게 된다. 루돌피눔은 전시와 공연을 동시에 수용하는 다목적 예술공간으로 기획되었고 그 중심에 체코의 역사와 정치, 예술, 그리고 음향 미학이 한 몸으로 얽혀 있는 드보르자크 홀이 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치하였던 1876년 착공하여 1885년 완공된 이 건물은 건축가 요제프 지테크와 슐츠가 설계한 네오 르네상스 양식의 대표작이다. 루돌피눔이라는 이름은 당시 황태자였던 루돌프 대공에서 따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공간은 이후 체코 민족주의와 문화적 독립의 중심 무대가 된다. 제국의 이름을 달고 태어났으나, 체코의 정신으로 살아남은 셈이다.
역사는 이 건물을 여러 번 변모시켰는데 1차 세계대전 이후 체코슬로바키아가 독립한 이후 한동안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음악의 전당이 정치의 무대로 바뀐 시기는 짧았지만, 체코 근현대사의 격동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후 다시 음악의 품으로 돌아온 루돌피눔은 오늘날까지도 체코 클래식 음악의 중심으로 기능하고 있다.
드보르자크 홀은 약 1100석 규모의 메인 콘서트홀로, 체코가 낳은 국민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를 기리고 있다. 그의 음악이 지닌 서정성과 구조적 균형, 민속성과 보편성의 조화가 이 홀의 음향적 성격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기 때문이다. 건축 음향적으로 드보르자크 홀은 전통적인 슈박스(Shoebox) 형태를 따르고 있는데, 가로 장방형의 직사각형 구조, 높은 천장, 그리고 목재와 석고를 중심으로 한 마감은 풍부한 잔향과 명료한 직접음을 동시에 확보한다. 잔향 시간은 대략 1.8~2.0초 내외로, 후기 낭만주의와 고전주의 레퍼토리에 이상적이다.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드보르자크 홀에 상주하고 있는데, 1896년 창단 이후 보헤미아와 모라비아의 토양에서 길러진 고유한 음색과 프레이징으로 자신들만의 길을 걸어왔다. 흥미롭게도 창단 연주를 안토닌 드보르자크가 직접 지휘했다. 하지만 당시는 드보르자크 홀이라 불리지 않았기에 훗날 자신의 이름이 붙게 될 홀에서 연주를 하고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아이러니한 음악사의 한 페이지이다.
동유럽을 대표하는 역사와 문화도시 프라하에는 또 하나의 콘서트홀이 있는데,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이 선언되었던 스메타나 홀이다. 해마다 5월이면 프라하의 봄 축제의 개막연주가 이곳에서 열린다. 그 밖에도 ‘돈 지오반니’를 초연했던 에스테이트 극장, 독일 극장이 전신이었던 프라하 국립오페라 그리고 스메타나, 드보르자크, 야나체크 등 체코 작곡가들의 작품이 올라가는 국립극장까지 3개의 오페라 극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