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덧셈해도 모자랄 판에 '뺄셈 정치' 늪에 빠진 국힘
한동훈 전 대표 비상식적 제명 강행
비판·대안세력 지위 상실 우려 비등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29일 제명 결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소통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9일 최고위원회를 열고 한동훈 전 당대표를 윤리위원회 원안대로 제명했다. 최고위 표결에서 장동혁 당대표를 비롯한 구성원 9명 중 8명이 찬성함으로써 이뤄진 조치다. 장 대표가 단식을 접은 뒤 당무에 복귀한 지 불과 하루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번 제명 조치로 국민의힘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내전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에 돌입했다. 이번 사태를 놓고 당장 눈앞에 놓인 지방선거의 승패에 대한 우려들이 당 내외에서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선거에 대한 정치공학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균형을 맞출 건전한 비판세력의 몰락이 불러올 결과를 더 걱정해야 할 판이 됐다.
국힘은 ‘당원 게시판 사건’을 이유로 한 전 대표에 대해 제명 조치를 했다. 한 전 대표와 가족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조직적으로 올려 여론을 조작함으로써 당의 명예와 이익에 피해를 줬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국힘 윤리위는 한 전 대표가 직접 게시글을 작성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직접 관여 여부를 스스로 뒤집었다. 여기에다 익명 시스템의 게시판에 가족들이 글을 올린 행위로 제명 조치까지 함으로써 답을 정해놓은 징계라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비판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에 대한 보복성 징계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를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는 쪽은 국힘 내부의 당내 파벌이 소위 탄핵 반대파나 ‘윤 어게인’ 세력으로 결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내놓는다. 민주당이 국힘을 내란정당이라 칭할 때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계엄을 막은 한동훈이 있는 당을 그렇게 모는 것은 무리”라 지적한 것에 비춰보면 수긍이 가는 우려다. 한 전 대표의 제명에 대해 당내 소장파 의원들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당 지도부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우려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징계 강행파들은 “특정인을 찍어내듯 제명하고, 뺄셈의 정치를 강행하는 것은 모두가 패배하는 길”이라는 당내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
한 전 대표 제명 조치로 인해 국힘은 현실적으로 중도 확장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다가 오는 지방선거에서 중도 확장을 가장 큰 전략으로 가져가려 했던 지역의 국힘 인사들에게서는 체념의 분위기가 감지될 정도다. 진영 논리를 떠나 정치권이 특정 세력의 색깔 하나로만 물드는 것은 위험하다. 정치권 전체도 한 정당의 일방 독주가 위험할 뿐만 아니라 한 정당도 특정 세력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는 스스로 고립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국힘이 ‘뺄셈 정치’로 특정 세력화 정당을 향한 행보를 거듭함으로써 정치권에서 건전한 비판·대안세력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면 그것은 국민적 비극이 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