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美 관세로 7조 이상 ‘증발’
현대차, 29일 공시 통해 지난해 실적발표
관세 비용 현대차 4조, 기아 3조 지불
우호적인 환율 환경 무색…“올해 관세 비용도 비슷”
고부가가치 차종 확대로 수익성 개선 부심
미국의 자동차 관세로 현대차·기아가 지난해에만 7조 2000억 원 가량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25%로 재인상하겠다고 하면서 올해 현대차·기아의 경영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연결 기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11조 4679억 원으로 전년보다 19.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9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3% 증가한 186조 2545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나 관세 여파로 수익성은 크게 뒷걸음질했다. 당기순이익은 21.7% 감소한 10조 3648억 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 요인을 살펴보면 관세 비용이 4조 1100억 원으로 실적 악화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관세 비용은 영업이익 증가 요인인 환율(1조 7490억 원)을 비롯해 금융(3690억 원), 기타(1조 7800억 원) 등의 총합을 크게 웃돌았다.
일반적으로 고환율 상황은 현대차그룹의 수익성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분석되는데 올해는 관세 직격탄으로 고환율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못한 것이다.
전날 발표된 기아 실적과 합산하면 현대차·기아의 관세 비용은 약 7조 2000억 원에 달한다.
현대차·기아는 합산 매출 300조 3954억 원으로 매출 300조 시대를 열었으나 합산 영업이익(20조 5460억 원)은 20조 원대를 간신히 방어했다.
현대차는 작년부터 가동하고 있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하고 올해도 이를 유지해나간다는 구상이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작년 4분기에는 관세 25%가 적용된 재고가 판매됐기 때문에 (15%로의) 인하 효과가 제한적이었지만,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한 덕분에 관세의 부정적인 영향을 약 60% 만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탄력적인 가격·인센티브 책정, 재료비·가공비 절감, 부품 현지화 검토와 같은 대응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인상 언급으로 관세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는 만큼 수익성 개선을 위한 고삐를 더욱 죌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관세 대응을 위한 북미 현지화 투자를 포함해 설비투자를 32% 늘린 9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본부장은 “올해 줄인 비용을 토대로 내년 경영 계획을 마련했다. 올해 관세 효과는 작년의 4.1조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예측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HEV)를 비롯한 친환경차 등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연간 가이던스(예상 전망)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HEV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호조 효과가 크다고 현대차 측은 분석했다. 당시 가이던스는 전년 대비 연간 매출액 성장률 5.0∼6.0%, 영업이익률 6.0∼7.0%였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