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은 서고 몸은 눕고… ‘작심삼일’ 올해도 지켰다
새해 당신의 결심은 안녕하십니까
금연, 전자담배로 갈아탄다고 금연 아냐
술 친구·담배 동료와는 잠시 이별해야
다이어트, 초기 2~3kg 감량에 속지 말자
많이 빼는 것보다 오래 가는 게 중요
커피, 끊을 생각 말고 일단 줄여라
블랙커피 하루 2잔 쯤은 괜찮아
새해를 맞은 지 한 달. 지난해 말 새해를 앞두고 야심차게 세웠던 목표를 아직도 지키고 있다면,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새해 결심의 36% 정도가 한 달 만에 무너진다는 통계 결과를 고려하면 말이다. 새해 결심 후 일주일도 안 돼 예전으로 돌아갔다면 자책할 필요도 없다. ‘작심삼일’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우리 뇌의 자연스러운 생존 본능이자 초기 적응 과정이기 때문이다.
■ 작심삼일, 근거 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어느 정도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정확히 3일은 아니지만 초반 며칠 내 포기되는 현상은 다양한 실증 연구로 확인된 바 있다. 실제 미국 심리학자 존 노크로스의 연구에 따르면 새해 결심을 한 사람들의 23%가 첫 일주일 이내에 포기했다. 한 달 후에는 36%가, 반 년 후엔 절반 이상(56%)이 실천을 그만둔다. 글로벌 운동 기록 앱 ‘스트라바’는 대량 활동 데이터 분석 뒤 2019년엔 1월 12일, 2020년엔 1월 19일을 ‘포기의 날’로 지정했다. 새해 운동 결심의 80% 이상이 한 달도 안 돼 중단된다는 사실이 빅데이터로 확인된 것이다.
이 같은 결과가 빚어진 이유는 뭘까. 새로운 결심이 뇌가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깨뜨리는 ‘위기 상황’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면 뇌의 시상하부에서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나고,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초기에는 긴장감과 집중력을 주지만, 3일(72시간)이 지나면 뇌는 이 스트레스 상태를 해소하고 원래의 편안한 상태로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작심삼일에 그쳤다고 포기하지 않고 이를 반복하면 새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필리파 랠리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습관이 몸에 배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66일이었다. 개인차는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새로운 목표를 위한 행동이 자리잡기까지는 최소 두 달 이상 소요되며, 하루나 이틀 빼먹더라도 전체적인 습관 형성 과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작심삼일을 거듭하면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부산금연지원센터 이승훈(부산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센터장은 “금연을 실패하는 가장 큰 문제는 불편한 증상을 이겨낼 만큼 담배를 끊어야 할 동기가 강하지 않은 데 있다”며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담배를 훨씬 잘 끊는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 제공
■ 금연 스트레스에 결국 또 한 모금만?
금연을 포기하는 가장 표면적인 이유로는 금단증상이 꼽힌다. 오랜 기간 꾸준히 공급되던 니코틴이 갑자기 중단되면 도파민 분비가 급감하면서 짜증과 불안, 스트레스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견뎌내기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동기 부족’이다. 부산금연지원센터 이승훈(부산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센터장은 “불편한 증상을 이겨낼 만큼 담배를 끊어야 할 동기가 강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담배를 훨씬 잘 끊는다”고 했다. 금연이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금연보다는 ‘흡연 줄이기’를 목표로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사람이 많은데 이것도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전자담배가 질병 발생 위험이나 사망률을 낮췄다는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전자담배 연기도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에어로졸이나 증기에 유해 성분이 포함돼 있고 더 멀리 퍼져나갈 우려가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냄새가 적기 때문에 실내 공간에서 몰래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 일반 담배에 비해 노출 위험이 더 높을 수도 있다. 이 센터장은 “담배 제품과 관련된 질환들은 폐암, 심혈관계 질환, 만성 폐쇄성 폐 질환 등 수십 년간 사용 이후에 인과관계가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신종 담배 제품에 대해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시간이 지난 후에 질병 발생의 인과관계가 뒤늦게 밝혀져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포기는 금물. 일단 새해 금연을 새롭게 다짐했다면 담배 생각을 유발할 만한 환경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급적 술자리를 피하고, 흡연자와의 만남을 줄이는 것이 좋다. 물 마시기, 심호흡하기, 운동이 권유된다. 스트레스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면 새해 금연 결심을 잠시 미뤄도 좋다.
지난해 부산금연지원센터가 세계금연의 날을 맞아 금연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부산대병원 제공
이 센터장은 담배를 끊는 것 그 자체가 최적의 생활습관인 만큼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추천했다. 동기 강화 상담을 통해 금연의 동기를 최대한 강하게 만들고, 담배 사용과 금단 증상 등에 대한 잘못된 인지를 바로잡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산금연지원센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센터에서는 2015년부터 한 달에 한 번 특별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6개월 금연 성공률이 많게는 70%에 이른다. 4박 5일 간 한방 병원에 입원해 전문치료형 금연 캠프를 진행하는데, 건강 검진과 전문의 상담, 일대 일 금연상담과 그룹 금연 상담이 제공된다. 이 센터장은 “금연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가 ‘실패할까봐’인데 금연 성공자 중에선 많게는 수십 번 실패한 경우도 있다”며 “금연 실패는 금연으로 한발 더 다가가는 과정에 불과한 만큼 지난 한 달간 실패했다 하더라도 새로 목표를 세우면 된다”고 강조했다.
좋은강안병원 가정의학과 최영은 과장은 “다이어트 성공의 핵심은 목표 체중 도달이 아니라 그 체중을 유지하는 데 있다”며 “뇌가 낮아진 체중을 새로운 정상 상태로 받아들이려면 수개월에서 수년의 유지 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좋은강안병원 제공
■ 다이어트는 내일부터가 국룰?
‘다이어트’도 빼놓을 수 없는 새해 단골 주제다. 다이어트가 대부분 실패로 끝나는 이유는 보통 급하게 찐 살을 단번에 빼려는 욕심 때문이다. 마음이 급해지면 극단적으로 식사량을 줄이게 되는데, 몸은 이를 ‘비상사태’로 인식한다. 체중을 유지하려는 강력한 생리적 메커니즘이 있는데, 갑작스럽게 절식을 하게 되면 대사 적응, 식욕 변화, 근손실을 유발하면서 결국 요요 현상을 겪게 된다. 좋은강안병원 가정의학과 최영은 과장은 “다이어트 성공의 핵심은 목표 체중 도달이 아니라 그 체중을 ‘유지’하는 데 있다”며 “뇌가 낮아진 체중을 새로운 정상 상태로 받아들이려면 수개월에서 수년의 유지 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리한 다이어트는 호르몬 불균형, 담석증, 지방간, 피로감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특히 영양소 섭취가 부족해지면 비타민과 미네랄 결핍으로 인해 빈혈, 탈모, 면역력 약화가 나타나기 쉽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가짜 살 빠짐’이다. 다이어트 초기 줄어든 2~3kg은 실제 체지방이 아니라 수분과 근육이 빠져나간 것일 확률이 높다. 근육이 감소하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져 살이 더 잘 찌는 체질로 변하게 된다. 최 과장은 “살이 다시 찌면 피하지방보다 위험한 ‘내장지방’ 형태로 쌓이는데, 이는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의 원인이 된다”며 “체중 변동이 심해지면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배 가까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령대별로 다이어트를 달리 접근할 필요가 있다. 소아청소년기는 평생의 건강 생활습관이 좌우되는 시기인만큼 설탕 음료와 가공식품을 제한하고, 운동을 놀이처럼 습관화하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많은 청년기에는 자극적인 배달 음식과 디저트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중장년기는 만성 질환 위험이 본격화되는 시기여서 절주와 금주가 핵심이 된다.
갱년기와 노년기에는 단순히 체중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근골격계 관리’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섭취 열량은 높지만 단백질이나 칼슘 등 필수 영양소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식사량만 무작정 줄이면 근골격 기능이 떨어져 되레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골다공증 유병률과 골절 위험이 높아 체중을 무리하게 줄이면 골 손실이 악화될 수도 있다. 근육이 부족한 상태에서 비만이 되면 인슐린 저항성과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양질의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지키는 건강한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 과장은 “다이어트는 평생을 관리하는 장거리 여정인 만큼 체중계 숫자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은 습관부터 하나씩 바꿔가는 것이 좋다”며 “성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본인에 맞는 건강 계획을 단계별로 실천하면서 건강한 방식을 꾸준히 이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새해 결심으로 커피를 끊겠다고 다짐했다가 포기했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커피를 무조건 끊겠다는 결심 대신 하루 2잔 이하로 제한하되, 설탕 없는 블랙 커피를 선택하고 카페인 함량을 확인하는 ‘현명한 섭취’로 재도전할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눈 뜨면 연료처럼 들이키는 커피?
새해 결심으로 커피를 끊겠다고 다짐했다가 사흘도 못 가 포기한 경험이 있다면? 문제는 ‘완전히 끊기’라는 목표 자체일 수 있다.
사실 커피를 무조건 금할 필요는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일 카페인 적정 섭취량으로 성인 400mg 이하, 임산부 300mg 이하, 어린이·청소년 체중 1kg당 2.5mg 이하로 권고하고 있다. 성인의 경우 하루에 아메리카노 3잔 정도는 마실 수 있는 셈이다.
일정 정도의 커피는 신체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최근 대전대 서울한방병원 동서암센터 조종관 교수 연구팀이 대장암 환자 544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하루 커피 섭취량 1잔 증가 시 사망 및 재발 위험은 4% 정도 줄었고, 3잔을 마시면 약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기 대장암 환자군의 경우 커피 섭취로 사망 위험이 40% 이상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의 연구 기반 자료를 활용한 연구 결과 역시 하루 1~2잔의 블랙 커피는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 설탕과 프림이 많은 믹스 커피는 하루 1잔 이상 섭취 시 대사 질환 위험을 높였다.
뇌 건강 측면에서도 적정량의 커피는 긍정적이다.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대규모로 분석한 국제 연구에 따르면 하루 2~3잔의 커피를 마시
는 사람은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우울증과 불안 장애 발생 위험이 낮게 나타났다. 반면 6잔 이상 마실 경우 1~2잔 마시는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53% 가량 높았으며, 뇌가 위축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커피 끊기에 재도전하고자 한다면 ‘급단’은 금물이다. 의학계에선 24주에 걸친 점진적인 감소를 권장하고 있다. 갑자기 끊으면 두통, 피로, 불안감 등 금단 증상이 35일간 나타나 오히려 불면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무조건 끊겠다는 결심 대신 하루 2잔 이하로 줄이되, 설탕 없는 블랙 커피를 선택하고 카페인 함량을 확인하는 ‘현명한 섭취’가 답이 될 수 있다. 카페인 함량은 커피 전문점별로 제각각이어서 마시기 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일부 고카페인 매장의 아메리카노 1잔은 200mg을 넘어 2잔만 마셔도 일일 권고량을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콜드브루 역시 일반 아메리카노보다 많게는 배 이상 카페인이 많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커피를 끊으면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두통은 약물 없이도 관리 가능하다. 목과 어깨에 온열팩을 15~20분 적용하면 30~40분 내 두통 강도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하루 2.5~3L의 물을 마시고, 견과류나 시금치와 같은 마그네슘 함유 식품을 섭취하면 증상이 더욱 완화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어두운 환경에서 휴식하고, 명상이나 근육 이완법을 병행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단, 불면증이나 불안장애가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 진료 지침에 따르면 카페인은 뇌의 수면 신호를 차단하고 교감신경을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불면증이나 불안장애를 앓고 있다면 하루 100mg 이하로 제한하거나 아예 마시지 않는 것이 추천된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