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역전세에 “더는 못 버텨” 경매 시장 ‘영끌 매물’ 쏟아진다
부산 부동산 경매 16년 만에 최다
지난해 1만 4964건 경매 부쳐져
감정가 대비 실낙찰가 63% 그쳐
무리한 대출·자영업 불황 등 영향
전세사기 여파 강제경매도 급증
지난해 부산에서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 물건이 1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부산 동래구 아파트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해 부산에서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 물건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고점을 찍었던 2021~2022년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입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고금리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데다 전세사기 여파, 자영업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부산의 경매 건수는 1만 4964건으로 전년(1만 3774건) 대비 8.6%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매가 쏟아졌다고 평가 받는 2009년(1만 9047건)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경매로 넘어간 부산 부동산 물건 가운데 매각 건수는 3565건으로 매각율은 23.8%, 매각가율(감정가 대비 실제 낙찰가)은 63.6%에 그쳤다. 이는 2009년의 매각율(29.2%)이나 매각가율(69.2%)보다 낮은 수치여서, 경매로 나온 물건에도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서울의 평균 매각율은 24.8%였고, 매각가율은 81.2%에 달해서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동아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4~5년 전 집값이 크게 상승하던 부동산 시장에서 제1금융권은 물론이고 제2금융권까지 끌어다가 집을 산 사람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영끌 매물들이 고금리 영향으로 경매 시장에 유입됐고 역전세 현상이나 자영업 불황으로 인한 경매 물건도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채권자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이후 강제경매에 부쳐진 집합건물은 역대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강제경매 개시결정등기를 신청한 집합건물은 전국적으로 3만 8524세대로 2010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만 1323세대로 가장 많았다. 서울(1만 324세대), 인천(5281세대), 부산(2254세대), 경남(1402세대) 등이 뒤를 이었다.
강제경매는 부동산에 담보가 설정되지 않은 채무를 변제받기 위해 채권자가 신청하는 것이다. 주로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이나 개인 채권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이 강제경매를 신청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 낙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관련 수치가 늘어났다. 이는 경기 침체 시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경매가 급증하자 대법원은 지난해부터 서울남부지법과 인천지법, 부천지원 등 3곳에 HUG 사건 전담경매계를 만들어 운영할 정도로 전담 인력을 늘렸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경매 사건은 모두 12만 1261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 중 HUG가 신청한 사건은 1만 1664건으로 전체 사건의 약 10%에 이른다. 전세사기 발생 자체는 다소 줄었지만, 사기의 여파는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매 물건이 많아져 수요가 분산됨에 따라 경쟁률은 다소 낮아지고, 경매 투자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늘고 있다.
동의대 부동산개발경영학과 오윤경 교수는 “최근 경매 물건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매에 관심을 갖고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과도한 레버리지를 써서 무리하게 경매 시장에 접근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주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