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도전 양상 행정통합, 분권형 광역지방정부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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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전 재촉 졸속·형평 논란
정부·시도 협의 표준안 도출 필요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와 분권균형 회원들이 27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경남(울산) 행정통합을 비롯한 광역행정통합 추진 방향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와 분권균형 회원들이 27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경남(울산) 행정통합을 비롯한 광역행정통합 추진 방향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정부가 ‘4년간 20조 원’, ‘서울에 준하는 지위’, ‘공공기관 우선 이전’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6·3 지방선거 전 행정통합을 종용하고 나서자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재결합을 추진하는 광역지자체들은 저마다 특례 조항을 담은 법안 마련에 나서고 주민투표를 검토하고 있다. 논의가 일시 중단됐던 대구와 경북도마저 통합 추진단을 발족하고 특별법 마련에 들어갔을 정도다. 하지만 인센티브를 놓고 지자체 사이에 통합 순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 간 정체성이 조화되고, 빈틈없는 법·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속도를 우선시하면 내실 있는 광역지방정부를 얻을 수 없다.

수도권 중심의 일극 체제를 다극 체제로 전환하려면, 지방은 경쟁력을 갖춘 광역권으로 거듭나야 한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통합 논의는 표면적으로는 지역 균형발전과 행정 효율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제시한 예산 인센티브와 공공기관 이전이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합이 빠를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정부의 메시지는 지자체 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게다가 ‘6·3 지선 때 통합 단체장 선출’이라는 시간표는 형평성 논란을 자초한다. 정부가 지선 이후에 통합하는 지자체에도 인센티브를 줄 것인지에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2차 공공기관 이전 특혜 약속도 같은 논란을 일으킨다.

행정통합은 단순히 행정 구역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근본 구조를 재편하는 중대한 과제다. 지역 간에 순위를 다툴 일이 아닐뿐더러 특정 시점에 맞춘 속도전이어서도 안 된다. 통합 기준, 재정 지원 원칙, 법적 지위, 공공기관 이전 연계에 있어 전국에 동일한 잣대가 적용되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처럼 제각각의 특례법안이 난무하면, 결국 지역 이기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정에 쫓기지 않고, 정치적 유불리와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지 않는 범정부적인 통합 로드맵이다. 부산의 시민단체는 정부와 각 시도가 참여하는 ‘분권형 광역행정통합 추진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시의적절한 해법이다.

통합특별시의 위상은 분권형 광역지방정부여야 한다. 자치입법권, 재정권, 조직권에서 독립성을 갖추려면 정부의 권한 이양이 전제다. 대통령과 광역지자체장 사이에 협의와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가 한시적 인센티브를 제시해 경마식으로 추진할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지자체 의견이 수렴된 행정통합의 표준 모델이 도출되고, 각 지역의 사정을 반영한 통합특별시로 구체화하는 순서가 바람직하다. 여론이 성숙하고 준비가 된 지역은 우선적으로 통합을 추진해도 무방하다. 다만, 6·3 지선 뒤 주민투표가 시행되어도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건 광역지방정부가 실질적 권한을 갖고, 국가가 다극 체제로 재편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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