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규 원전 계획대로 건설, 지역별 차등요금제도 속도 내야
대형 원전 2기 2037~2038년 준공 추진
'지산지소' 원칙 밀집 지역 혜택 제공해야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된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26일 고리원전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 당시 수립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수정 없이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6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긴 신규 원전 건설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총 2.8GW(기가와트) 규모 대형 원전 2기를 2037년과 2038년에 준공하고 0.7GW 규모 소형모듈원전(SMR)은 2035년까지 만든다는 계획이 반영됐다. 이재명 정부는 당초 이 계획이 국민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원점 재검토를 선언하고 공론화를 거쳤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시대에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충을 강조해 온 이재명 정부가 신규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 건설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인공지능, 전기차, 데이터센터 등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실용적인 입장 선회로 보인다. 당장 재생에너지만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김성환 장관도 이날 “전력 분야의 탄소 감축을 위해 석탄·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줄일 필요가 있어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의 전력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기후 대응과 에너지 수급을 해결하기 위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효율성·안전성이 확인된 원전을 결합한 ‘에너지 믹스’가 필요함을 인정한 셈이다.
신규 원전 건설 추진 소식에 원전이 밀집한 부산·울산·경남 주민들은 착잡한 심경이다. 원전 사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에 대한 불안을 늘 안고 살지만, 차등 전기료와 같은 경제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별 차등전기요금제는 2024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 당시 올 상반기 도입이 예고됐다. 하지만, 어느새 ‘도입 검토’로 후퇴했고, 시행 시기도 올 하반기 이후로 연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에너지 공급과 관련해 지역균형발전과 ‘지산지소’ 대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전력시장 구조 개편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지역별 차등요금제도 시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
수도권에는 전기 생산 시설이 부족해 필요한 용량 상당 부분을 비수도권에서 끌어온다.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 비용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함께 부담한다. 원전 밀집 지역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에 따른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수도권은 차등 전기료 도입에 딴지를 걸어서는 안 될 일이다. 오죽하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전기를 많이 쓰는 서울과 수도권에 원전을 지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차등전기요금제가 시행된다면 AI 산업과 같은 전력 수요가 많은 첨단 산업의 지방 이전을 촉진할 수 있다. 전력 자급률이 높은 부울경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바꿀 기회가 된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해 차등전기요금제 도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